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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장난감 사주세요”-“잠깐만, 출력 해줄게”… 집에서 ‘뚝딱’ 무엇이든 찍어낸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09일 17:25

지난달 미국의 3D 프린터 업체 스트라타시스는 동종업계 후발주자 메이커봇을 6억4000만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메이커봇은 지난 2009년 설립돼 현재까지 2만2000여대의 3D 프린터를 판매해 온 기업이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해엔 이스라엘 회사 오브제도 인수한 바 있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선두주자인 3D 시스템즈는 최근 3년 동안 20여개의 3D 프린터 관련 업체를 인수해 왔다. 인수합병을 통해 3D 프린팅 시장에선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초 한국을 방문했던 조너선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은 “3D 프린팅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단언했었다. 지난 8일에는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가 3D 프린팅 기술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개념조차 생소한 ‘3D 프린터’, 혹은 3D 프린팅이란 대체 무엇일까.

◇3D 프린터란=기존 2D 프린터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3D 프린터는 가히 혁명이다. 문서에 잉크를 분사해 2차원 종이에 출력하는 기존 프린터와 달리, 3D 프린터는 3차원의 물체를 ‘출력’한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디자인을 입력하면 물체가 나온다는 것인데, 부품을 제작한 후 조립하는 방식의 기존 제조 공정과도 패러다임이 다르다.

입력된 디자인에 따라 기기가 재료를 한 층 한 층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료는 가루나 액체의 소재로 저장된다. 입력된 디자인을 따라 소재가 평면에 응고되면, 그 위로 다시 소재가 쌓아올려져 응고된다. 별도의 절단 및 조립 과정이 필요 없어 제작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비용 낭비 없이 1∼2개 규모의 소량 생산이 가능해 기획 단계의 제품을 시험용으로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3D 프린터로는 거의 모든 물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에도 의족이나 의수, 입체적이고 색채감 있는 건축 모형, 비키니 수영복, 비행기 부품 등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물건을 생산해내고 있다. 2012년 2월에는 구강암에 걸린 83세 벨기에 여성이 네덜란드에서 3D 프린트된 티타늄 뼈를 턱에 이식받은 사실이 알려져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조립하지 않고 제작하는 3D 프린터의 특성상 여러 가지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복잡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아직 미래의 숙제로 남은 상태.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은 최근 부동산사이트 모보토를 인용, 3D 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지으려면 220년이 걸린다는 계산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호드 립슨·멜바 컬만의 공저 ‘3D 프린팅의 신세계’(한스미디어)에 따르면 3D 프린팅 업계의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연 17억 달러 선으로 제조업 시장(15조 달러)에 비해 턱없이 작다.

그러나 ‘3D 프린팅의 신세계’는 3D 프린터가 만들어낼 미래를 다분히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일부만 들춰보자. 늦은 밤 아이가 양치질할 칫솔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가까운 편의점은 가는 데만 10분이 걸린다. 이때 3D 프린터는 편의점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칫솔을 찍어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다. 시중의 디자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3D 프린터는 15분 안에 칫솔을 출력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24시간이 걸렸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는 대답한다. “그때는 살기가 참 힘들었겠네요.”라고. ‘신세계’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20대 시절의 장기를 복제해 두는가 하면, 레시피를 입력해 각종 요리를 ‘출력’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미래다.

◇3D프린터 시대의 명암=지난 5월 BBC는 미국에서 3D 프린터로 제작된 권총 발사 실험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권총 제작자 코디 윌슨은 누구나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도면을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이 공개돼 상용화되면 웬만큼의 의지와 돈을 투자할 마음을 먹은 소비자는 언제라도 디자인을 다운받아 집에서 권총을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 가루가 잉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놀라운 사실은 제작자 측이 미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으로부터 사전에 총기 제조 및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ATF에 따르면 당국은 3D 프린터 권총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 3D프린터로 만든 총은 미국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 총기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3D프린터의 어두운 측면도 더 두드러질 예정이다. 3D 프린팅이 일반화될수록, 별도의 공정을 거치지 않고 기획 단계에서 생산에 이르는 모든 작업을 사무실 한 군데에서 완성하는 업체도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제조업과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는다.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예측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불법 무기거래가 판치고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은 꿈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바이오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장기밀매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설령 장기밀매에 따른 부작용이 없더라도, 바이오프린팅은 그 자체로 윤리적인 논란을 내포하는 기술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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