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쑥대밭이 된 필리핀 타클로반 시내
최근 '슈퍼 태풍' 하이옌(Haiyan, 海燕)으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에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필리핀 지원 금액을 두고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刚)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10만달러(1억7백만원)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필리핀, 구호기관과 협의를 거친 후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비슷한 국력의 다른 나라들이 밝힌 지원 규모와 비교하면 중국의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홍콩 남화조보(南华早报)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천만달러(214억3천만원)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헬리콥터와 항공기 등 수색·구조 장비와 인력을 제공하기로 하고 1차로 해병대원 90명을 파견했으며 긴급 식량도 55톤을 지원했다. 일본은 의료진 25명을 보냈으며 호주와 영국은 각각 938만달러(100억5천만원), 960만달러(103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타이완(台湾)도 20만달러(2억1천430만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역시 하이옌으로 피해를 본 베트남도 중국과 같은 1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문은 중국이 이처럼 필리핀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이유에 대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갈등 중인 두 나라 간의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동남아 문제 분석가인 두진펑은 "중국이 만약 필리핀을 돕는다면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촉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필리핀 태풍 희생자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영토분쟁 문제가 필리핀에 대한 지원 결정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필리핀 태풍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필수"라며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국가 이익에 매우 중요하며 이번에 필리핀을 외면하면 중국은 막대한 손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태풍 피해자 지원은 인도적인 지원으로 과거에 지정학적인 우려에서 했던 외국 지원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