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Car&Life]'쏘울' 수출량이 내수판매보다 35배...주로 소형차가 '국제용']
기아차 올 뉴 쏘울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야구 선수 중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선수가 있다. 국내 경기에서는 훨훨 날지만 이상하게도 국제경기나 해외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선수가 그들이다. 반면 해외에서만 경기력이 좋아지는 ‘국제용’ 선수들도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부진한 모델들이 해외 시장에서 잘 나가며 각 메이커의 '효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기아자동차 ‘쏘울’은 대표적인 국제용 모델이다. 지난해 내수에서 2784대(구형+신형)가 팔렸는데, 수출은 9만9558대였다. 수출이 35.8배 많다. 국내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차량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쉐보레 '트랙스' /사진제공=한국GM
‘쏘울’이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박스카’라는 외형 때문이다. ‘쏘울’은 외관이 종이상자처럼 네모반듯하다.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외면을 당하는 아이러니도 있다.
‘쏘울’의 뒤를 있는 국제용 모델은 한국GM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쉐보레 ‘트랙스’다. ‘트랙스’는 지난해 19만4225대가 수출돼 내수 판매량(8064대)의 24배가 넘었다. ‘트랙스’의 수출은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15만대)보다 많다..
‘트랙스’는 소형차 ‘아베오’의 플랫폼으로 개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다. 작지만 같은 급의 소형차보다 공간활용성이 높고 적재공간도 넓은 SUV의 특징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량이 적은데 1940만~2289만원의 높은 가격이 그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아차, 프라이드 /사진제공=기아자동차
기아차의 ‘프라이드’도 수출과 내수 편차가 큰 모델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1만1037대가 팔렸으나 해외에서는 20배인 22만2149대가 팔렸다.
한때 국민소형차로 불렸던 ‘프라이드’는 소형차급의 인기가 떨어지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소형차의 위아래로 경차와 중형(준중형)차가 인기가 높아지며 소형차를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프라이드’를 국내보단 해외시장을 겨냥해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엑센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지난해 수출 1위를 차지한 현대차의 ‘엑센트’도 국내보다는 해외용이다. 24만247대가 수출됐지만 국내에서는 2만8607대에 그쳤다. 수출이 내수보다 8배 많다. 때문에 수출은 1위지만 국내 판매서는 1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된 ‘엑센트’는 현대차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형 소형차가 됐다. 러시아에서는 ‘쏠라리스’로, 중국에서는 ‘베르나’로 불리며 판매되고 있다. 국내 총 수출량의 8.2%를 차지할 만큼 ‘수출 효자’가 됐다.
그렇다면 ‘국제용’ 모델이 유독 국내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4차종은 모두 ‘소형차’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소형차의 판매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구매자들이 취·등록세 면제, 책임보험 할인 등의 혜택이 있는 경차를 선택하거나 200만~300만원을 더 주고 준중형차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소형차의 인기가 높은 만큼 제조사들은 국내 보다는 해외 판매를 목표로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쏘울'이나 '트랙스'와 같은 차량의 판매가 적은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대부분 세단형을 선호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국제용 모델들은) 사실상 수출용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기자 kimnami@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