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인 상대 수의 사기 판매 245억 챙긴 일당 무더기 검거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공짜 선물 등을 미끼로 노인들을 불러 모은 뒤 중국산 저가 수의를 국산 고급 수의로 속여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에 사는 69살 조모 씨는 새로 사둔 수의만 보면 속이 상한다.
동네 친구들에게 '실컷 놀 수도 있고 선물도 주는 데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화근이었다.
전봇대에 붙은 홍보 전단을 떼어 들고 친구들과 찾아간 '홍보관' 로비에는 선물로 나눠준다는 화장지와 식초, 라면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강사'들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서자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 씨와 비슷한 7, 80대의 할머니들만 수십 명이 앉아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들어온 강사들을 따라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다 보니 평소에는 길기만 하던 하루가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흥겨운 1주일을 보낸 조 씨에게 강사들은 "충남 보령에서 100% 대마로 만든 고급 수의를 특별히 싼 값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심지어 신상품이 출시되면 무료로 더 좋은 제품으로 바꿔주겠다는가 하면, 집에 수의를 보관하면 곰팡이가 필 수 있으니 보관증을 주고 대신 맡아주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정이 쌓인 강사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조 씨는 덜컥 178만 원을 주고 수의 1벌을 장만했다.
며칠 뒤 집에 찾아온 경찰이 14만 원짜리 싸구려 중국산 수의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조 씨는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 씨는 "노래도 가르쳐주고 춤도 추면서 엄마라고 부르니 너무 재미있었다"며 "자식들 짐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에 몰래 샀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노인들에게 중국산 수의를 국산 최고급 수의라고 속여 팔아온 혐의(상습사기 등)로 60살 신모(60) 씨 등 71명을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200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전국을 돌며 노인 1만 3,600여 명에게 가로챈 돈만 무려 245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울 강동구에서 상조업체를 운영한 뒤 속칭 '떳다방'으로 불리는 홍보관을 운영하며 싸구려 중국산 수의를 국산 최고급으로 1벌당 약 200만 원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피해자가 반품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철회할 수 없도록 그동안 받은 사은품을 포함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협박했다.
또, 3개월가량 홍보관을 운영한 뒤 아예 사업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산 수의는 대부분 수제품으로 생산자 이름을 표기하고, 바느질도 꼼꼼하게 되어 있다"며 "홍보관 등에서는 아예 구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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