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이야기가 하나 있다. 홀로 키운 아들을 장가 들이게 된 어머니는 어미 생각이 나거든 열어보라고 아들에게 비단 주머니 하나를 주었다. 신혼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은 문득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저며 왔다. 그는 살며시 비단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하얀 종이학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한 마리의 종이학을 꺼내 풀어보았다. 그 종이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아들아, 네 아버지처럼 말을 아껴라. 같은 생각일 때는 '당신과 동감'이라고만 하면 된다. 그리고 빙그레 웃음만으로도 만족 또는 거부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종이학에 쓰인 글귀에는 말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경계가 들어 있다. 이는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말과도 통한다. 하물며 리더가 조직 안에서 뱉어놓은 그 말이 어디로 가겠는가를 생각해보면 팀장 또한 입 떼는 일을 무섭게 여겨야 한다. 말을 적게 하는 대신 반대로 말을 많이 들어주는 것이 지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말이 많아지는 현상을 피하기 힘들다. 경험과 지혜가 많아지는 만큼 나이 어린 사람, 후배, 혹은 직급상 아랫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회사 임원들의 경우,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꾸 말이 많아지면서 들어야 할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혼자만 떠드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진정한 리더는 직원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관리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직원의 능력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의 50%만 발휘될 수도 있고 100%, 아니 200% 이상 발휘될 수도 있다. 만일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리더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직원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팀장, 즉 리더가 된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화방법에 있어서는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도 좋다. 말을 잘하는 팀장보다 말을 잘 '들어주는' 팀장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보다 듣기 쪽으로 치우친 대화법을 쓰도록 하자. 전체 대화 중 듣기를 70% 정도 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말을 배우는 데 2년이, 침묵을 배우는 데 60년이 걸린다"는 말은 상대가 누구든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창한 말하기보다 확실한 듣기가 먼저라는 것을 말해준다.
설득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여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차라리 자신의 말을 줄이고 팀원들이 말하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팀원의 일은 팀원이 해결하는 것이지 팀장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스스로 말을 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일단 팀원이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 말을 하는 동안에는 이의를 달고 싶어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상사는 부하를 보면 늘 무엇인가 시키고 싶어진다. 또 무엇인가 잘 안 되는 점을 지적하여 고치게 하고 싶어진다. 상사는 부하에게 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열심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지만, 부하는 반 이상이 따분한 잔소리라고 여긴다. 부하는 상사보다 몸으로 더 열심히 뛰지만 늘 상사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다."
사실 이런 모습이 상사와 부하 사이에 오랜 세월 굳어진 관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360도 바꿔서 상사가 부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장점을 찾아 격려한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한다. 따라서 팀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팀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늘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듯한 팀장의 수십 마디 말보다는 팀원 스스로 고민하여 내뱉은 말이 문제의 원인과 결론을 도출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리더가 아낀 말의 힘이다.
/전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