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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넘쳐 나는 시대, 진짜 멘토 '유재석'의 힘

[기타] | 발행시간: 2016.02.28일 10:52
[TV리뷰]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프로젝트, 청춘의 이야기 듣는 소통과 치유

[오마이뉴스 글:권진경, 편집:곽우신]



▲ 지난 2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나쁜 기억 지우개> 한 장면. 혜민 스님이 되묻는 말이 날카롭게 다가온다.

ⓒ MBC

지난 2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의 주제는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였다.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시민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콘셉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각 멤버들은 혜민 스님, 조정민 목사,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김현정, 웹툰작가 윤태호와 함께 개별 상담을 나눴다. 이들은 정상의 위치에 서 있는 연예인으로서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충을 털어놓는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스타의 자리에 올라서 있었지만, 그런 만큼 <무한도전> 멤버들의 고민은 컸다. 언제라도 대중들에게 잊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하지만 당장 생존의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많은 돈을 모아 놓은 이들의 넋두리는 행복에 겨운 소리로 비칠 우려가 크다.

반면 소위 성공한 사람의 반열에 올랐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상당수의 사람은 자신과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을 잘 모르고,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점점 세대·계급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불통의 시대에 그나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은 명사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하지만 그 또한 이미 절망의 늪에 빠진 청춘들의 고통을 절감하는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멘토 전성시대가 지나고 등장한 꼰대들의 시대

한때 각계 분야에서 성공한 인사들이 '멘토'라 불리며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식의 강연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 당시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스타로 부상한 명사 중 한 명이 현재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콘셉트의 강연회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나, 그런데도 청년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현실의 무게는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는 해법을 찾기 위해 성공한 멘토들이 진행하는 강의도 듣고, '자기계발서'도 열심히 찾아서 읽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런다고 자신의 삶이 이 시대 멘토라 불리는 사람들의 인생처럼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더는 '노오력'만으로 살기 어려워진 시대. 그런데도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를 위시한 고민 상담 프로그램을 찾는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답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내 말에 귀담아들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최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란 제목의 신간을 낸 혜민 스님은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고민된다"는 유재석의 고민에 "그럼 재미있지 않으면 안 돼요?"라고 되묻는다. 매주 나오는 시청률에 의해 수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되는 예능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이다. 한 주 정도는 재미없게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한 주 때문에 어렵게 모은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언제나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만든다.

비단 예능 프로그램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그렇다.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같은 경쟁 선상에 놓여있는 사람들보다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거기에다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 자신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을 위해 성공으로 보답하고 싶은 미안함, 당장 생계가 걱정되는 막막함. 하지만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7일 방영한 <무한도전>에서 멘토로 참여한 조정민 목사는 "성공은 꿈이 될 수 없다"면서,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을 이루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려야 하고, 그 꿈을 가까스로 이룬 뒤에도 계속 달려야 하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출간하는 책 족족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시대의 멘토로 부상한 혜민 스님은 숨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주문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 자기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대화로서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서로 간의 수많은 말이 오가고는 있지만, 각자 자기 말만 하고 있을 뿐, 정작 남의 이야기에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것조차 자기가 살아오는 방식대로 판단해버리고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내 말에 귀담아들어 주고, 역으로 남의 말을 유심히 들어주는 것이 때로는 큰 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에서부터



▲ 지난 2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나쁜 기억 지우개> 한 장면. 유재석이 시험 합격을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면서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었다.

ⓒ MBC

이날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가, 시험을 앞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눈 유재석은, 이들이 진짜 원하는 꿈인 '시험 합격'을 시켜줄 수 없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며 쌓인 고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디 가서 속 시원히 털어놓을 곳 없었던, 그저 속으로 삭혀야 했던 청년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혹은 '노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신의 편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상대를 만난 것.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인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춘들의 진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을 사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는 작은 위안이 됐다. 1960·197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인생론을 펼쳐 보이며, 청년들의 도전정신 부족을 탓하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도 <무한도전>만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들을 응원하는 자세를 보였다. 결국, 소통의 시작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임을, <무한도전>은 그렇게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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