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재개에도 ‘성매매 호객’ 여전
경찰 “상납의혹 수사, 이번엔 달라”
성매매가 의심되는 안마업소의 수상한 돈 흐름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고도 이를 묵살한 사실이 드러난 서울 강남경찰서가 뒤늦게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 지역 성매매 안마업소들은 여전히 성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수사재개를 발표한 지난 15일 밤, 서울 강남 도심 뒷골목에는 성매매 안마업소에서 나온 호객꾼이 적지 않았다. 저녁 8시께 강남구 역삼동 뱅뱅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짧은 머리의 젊은 남자는 골목 안 ㅌ안마업소로 행인들을 이끌었다. 고객을 가장해 들어가본 ㅌ업소에서는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업소 사장은 대담했다. “경찰이 단속 나오면 걸리지 않느냐”고 물어도 사장은 “단속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역삼동 뒷골목의 또다른 안마업소 지배인은 “6개월에 한번쯤 경찰이 단속하러 오기는 한다. 그러면 벌금 맞으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을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얼굴을 아는 경찰이 오면 손님들에게 그냥 안마만 하는 척하면 된다”고도 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을 들키지 않으면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우므로 경찰 단속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밤 10시께 경찰 순찰차가 서초동의 한 안마업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차를 붙잡아 세우고 “버젓이 성매매를 하고 있는 안마업소인데 왜 단속하지 않고 그냥 가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는 굳이 단속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누구 지시냐”는 질문에 “그냥 윗선”이라고 짧게 답했다. 또다른 경찰은 “괜히 업소에서 돈 뜯어내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니 (안마업소 단속에) 조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강남경찰서 관할 지역에는 안마업소만 30여곳이 있다. 유흥업소까지 합하면 9000여곳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한달에 3건 정도씩 안마업소들을 단속하지만, 근절하기에는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경찰서는 강남 유명 안마업소 종업원 유아무개(34)씨를 곧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인맥을 관리하며 금품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아무개(34)씨 밑에서 일했던 유씨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15일 “이번만큼은 경찰과 안마업소 간의 유착 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