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현 경제 여건에서 국내 일부 투자자문사들이 여전히 종목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투자자문사인 A사는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 한 종목으로 채우고 있었다. B사 역시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의 40%에 육박했다. 두 회사는 작년 말기준 계약고가 각각 4조원과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자문사다.
이들이 삼성전자 외에 편입한 주요 종목들도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특정 산업에 치중돼 있어 종목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한 자문사는 3~4개의 특정 종목들이 전체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10개 미만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자문사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의 자문사들은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초과 이익을 내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이 전략은 주식 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효과가 극대화됐다. 지난 2010년 자문사들의 성과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많은 자금이 자문사에 들어가 소위 `자문사 7공주` 따위의 종목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이 기간을 `자문사 장세`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문사가 사는 종목 때문에 장이 오른다는 말이다.
이후 대세가 꺾이면서 가장 빠르게 큰 폭으로 하락했던 종목들은 바로 자문사들이 편입에 열을 올렸던 종목들이었다. 특히 LG화학, OCI 등 화학주들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락했다.
한 종목당 10%의 비중을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 펀드와 달리 자문형랩 상품은 매니저의 임의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상승장에서 공격적인 운용으로 큰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문형랩의 장점이 하락장에서 양날의 검이 돼 돌아온 것이다.
자문사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을 보면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코스피는 12~13% 가량 하락했지만 대다수 자문사들은 20%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시장에 위험 요소가 많이 있는 상황에서 자문사의 운용방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비교적 기대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해 위험을 관리하는 편이 옳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사업년도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문사 144개의 당기순이익은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억원(56.8%) 감소했다. 초과 수익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자문사들의 수익이 급감한 것은 그만큼 운용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자문사의 영업비용은 294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29억원(21.9%)이 증가했다. 비용이 증가한 이유는 증권 및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손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목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2년 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돼 왔다”며 "일반론적으로도 증시가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종목 쏠림 현상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