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홍대 앞 사람들이 꼽은 ‘4적’
늦은 밤, 부담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곤 했던 ‘삼거리포차’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높은 신축건물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횡단보도 건너 맞은편에는 한때 노란색의 ‘레코드포럼’ 간판이 붙어 있던 야트막한 건물이 허물어질 채비를 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그곳에는 베니건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흉가처럼 변한 옛 레코드포럼 앞을 지나쳐서 피카소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동남부동산’이 나온다. 홍익대 안상수 교수가 만들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카페 ‘카페 일렉트로닉스’가 있던 자리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어울마당길을 조금 내려오면 ‘X세대 김밥’이 있던 자리. 인디밴드 공연을 감상하며 신나게 뛰어놀고 난 후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르던 곳이다. 허기를 채워주던 분식점은 이미 휴대폰 가게로 바뀌었다.
홍대 앞은 지금 공사 중이다. 매캐한 시멘트 냄새와 귀를 찌르는 드릴 소리가 어딜 가든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걷다 보면 블록마다 한두 개 건물에는 반드시 공사용 가림천막이 쳐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통임대합니다’란 현수막이 나부낀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