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인슐린과 장수풍뎅이 뿔의 관계 밝혀
미국 몬타나대 연구팀이 이용한 장수풍뎅이의 모습. 사이언스 제공.
동물에게서 수컷은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길고 화려한 수공작의 꼬리깃이나 커다란 수사슴의 뿔이 바로 좋은 예다. 진화학자들은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암컷에게 보이기 위해 수컷이 크고 화려한 장식 부위를 갖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장수풍뎅이를 이용해 이러한 ‘장식’을 크게 만드는 과정에 대해 밝혀냈다.
미국 몬타나대 더글라스 엠렌 교수팀은 장수풍뎅이의 뿔 크기는 인슐린 분비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번데기 상태의 장수풍뎅이의 유전자를 조작해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도록 만들었다. 이 번데기가 충분히 자라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인슐린이 장수풍뎅이의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인슐린 분비를 제한시킨 장수풍뎅이는 뿔이 짧아져서 태어났다. 몸 길이나, 날개 길이, 생식 기관 등이 정상 장수풍뎅이와 크게 차이가 없거나 미세한 차이를 보인 것과 전혀 다른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워싱턴주립대 로라 콜리 라빈 박사는 “생물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음식에 들어있는 당을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며 “장수풍뎅이의 뿔은 날개나 생식기관보다도 이런 호르몬 분비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엠렌 교수는 “뿔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뿔이 커지는 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며 “장식을 가진 다른 동물들도 장수풍뎅이와 같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