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장미란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했는 지 모른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그의 마지막 올림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진(영국 런던)= 김영구 기자
올해 한국나이로 30살이다. 장미란(고양시청)에게 2012런던올림픽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이 남달랐을 터다. ‘유종의 미’를 거둬, 올림픽 무대에서 아름답게 퇴장하고 싶었을 터다.
다들 장미란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저우루루(중국),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 떠오르는 신예들을 상대로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랐다. 최근 교통사고와 잦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으나 경기 당일 컨디션이 주효한 역도 경기다. 여기에 두 차례나 올림픽 무대를 밟은 관록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미란은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완전치 않았다.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저우루루, 카시리나 등 현 세계 최고의 역사들과 겨룬다는 건 어려웠다. 장미란은 무리하지 않았다.
그들과의 경쟁을 포기했다. 말이 쉽지, 제법 자존심이 상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꽤나 힘겨웠을 터다.
그래도 나름대로 세운 목표가 있었다. 올림픽 메달 획득이었다. 메달의 색깔은 중요치 않았다. 차선책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 또한 최선책이었다. 목표를 이룰 경우,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수확이라는 한국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다. 사격의 진종오(KT)만이 해냈다.
이에 장미란은 저우루루, 카시리나와의 금메달 경쟁이 아닌 흐립시메 쿠르스후디안(아르메니아), 마리암 우스만(나이지리아)과의 동메달 경쟁을 벌였다.
이 또한 살 떨리는 싸움이었다. 장미란은 인상에서 125kg에 그치면서 우스만(129kg), 쿠르스후디안(128kg)에 뒤졌다. 하지만 회심의 카드는 있었다. 자신있는 용상에서 뒤집기를 노렸다.
용상 2차 시기까지는 장미란의 뜻대로 풀려갔다. 장미란은 용상에서 158kg과 164kg을 연이어 들어 올렸다.
반면, 경쟁자들은 장미란의 연속 성공에 심리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았다. 우스만은 세 번의 시도를 모두 실패했고, 쿠르스후디안도 장미란을 의식해 무리하게 168kg에 도전했다가 성공시키지 못했다.
운명의 3차 시기였다. 쿠르스후디안이 166kg을 들어 올렸다. 팔이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잘 버텼고 심판진은 ‘성공’을 선언했다.
역전됐다. 장미란은 4위로 내려앉았다. 5kg이 뒤졌고 체중도 상대보다 더 많이 나가는 터라, 무조건 합계에서 1kg 이상을 들어 올려야 했다. 장미란은 170kg에 도전했으나 끝내 성공시키지 못했다. ‘메달 획득 실패’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장미란은 퍽 아쉬워했다. 마지막이 될 올림픽 무대를 메달 없이 돌아서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쉬었다. 그러나 이내 두 손 모아 기도하더니 일어나 관중들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으나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과 압박감도 훌훌 털어낸 듯 표정도 한결 가벼웠다. 올림픽 무대를 퇴장하는 그의 미소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절대 쓸쓸한 뒷모습이 아니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