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린]
사상 유래 없는 혼돈의 레이스다. 올 시즌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지난 시즌 11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로 우승한 제바스티안 페텔(레드불)이 올해 12번의 대회에서 1승에 그치는 사이, 베텔을 제외한 무려 6명의 드라이버가 포디엄의 최상단에 올랐다.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2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 대회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하며 춘추전국시대를 깨려했지만 초반 충돌로 기권했다. 와중 젠슨 버튼이 루이스 해밀턴(이상 맥라렌), 마크 웨버(레드불)에 이어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이번 시즌 드라이버 순위 1위 알론소(164점)와 2위 페텔(140점)의 차이가 고작 24점 일 만큼 대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리소스 제한 협정
F1 팀들이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F1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2009년 체결한 '리소스 제한 협정'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윤재수 SBS ESPN 해설위원은 "리소스 제한 협정으로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는 개발, 운영 비용의 상한선이 생겼다. 이전까지 천문학적 비용을 사용한 강팀들의 씀씀이에 한계가 생겨 중위권팀과 큰 격차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IA 주도로 최근 수년간 강화된 F1 주요 부품의 표준화도 영향을 끼쳤다. F1 참가팀의 협력과 리소스 공유가 점차 확대돼 중위권팀들도 적은 비용으로 상위권팀들과 같은 성능의 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블론 디퓨저 사용 금지
올해 새로 바뀐 규정으로 레드불의 약세와 맥라렌, 페라리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해설위원은 "F1은 올 시즌부터 '이그저스트 블론 디퓨저(Exhaust Blown Diffuser)' 사용을 금지했다. 이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며 지난 시즌을 거의 지배한 레드불이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EBD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다운포스(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체를 지면으로 끌어당기는 힘)를 향상시키는 장치다. 수년 전부터 블론 디퓨저를 기반에 둔 채 머신을 개발한 레드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비용 문제로 블론 디퓨저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던 중상위권 팀에게 반사 이익을 가져다줬다. 또 페라리가 '풀로드 프론트 서스펜션', 메르세데스가 '더블 DRS' 등 신기술을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못 봐 평준화가 이어졌다.
▶춘추전국시대에서 6강 체제로
올 시즌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변수는 알론소도 피해가지 못했다. 알론소는 벨기에 대회에서 충돌로 올 시즌 첫 리타이어를 했다. 페라리 머신 속도가 빠른 상태가 아니라 챔피언을 장담하기 어렵다. 또 이탈리아 몬자 대회(9월7~9일), 인도 뉴델리 대회(10월26~28일)의 서킷이 생소한 점도 변수다. 윤 해설위원은 "5~6강 체제다. 알론소가 포인트를 많이 따놔서 다소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즌 챔피언이 누가 될 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라고 전망했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