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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철 칼럼] 연예인 이야기를 좋아하세요?

[기타] | 발행시간: 2013.01.10일 11:06
새해가 밝았다. 펜으로 정성스레 쓴 연하장을 몇 통 받았다. 마음이 더워져 당장 답장을 써야지 편지지를 찾는데, 모니터 속 연예뉴스가 ‘날 좀 보소’ 반짝거렸다. 이거 먼저 보라고. 이거 먼저 보고 써도 된다고. 어서 클릭하라고. 아무개와 아무개가 열애 중이라고, 딱 들켰다고, 소속사는 아직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틀림없다고, 이 사진 좀 보라고. 마침내 클릭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비와 김태희만이 아니었다. 새해가 된지 겨우 일주일이 지나려는 참인데 아무개와 아무개에 관한 이러쿵저러쿵은 범람할 지경으로 불어났다. 개그맨 김영철은 앤 해서웨이를 닮은 회사원과 좋은 만남을 갖고 있다 했고,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이장우와 오연서는 열애설 보도 후 다른 프로그램과의 관계가 얽히면서 다소 복잡한 상황으로 빠졌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윤형빈은 정경미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해서 정경미의 얼굴을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했고, 스포츠스타 박세리는 6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상윤과 남상미는 얼마 전 결별했다고 양측이 모두 인정했다. 정말 많다. 어떤가 하면, 대선 때 정치뉴스를 대하는 것보다 더 많아 보인다.


한꺼번에 터진 이런 소식은 뜻밖의 결심을 만들기도 한다. 이른바 ‘금뉴’. 남들이 금연과 금주를 결심하는 때, 뉴스를 특히 연예뉴스를 끊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흐지부지되기 쉽다. 손짓 한 번 하면 끌려가는 풍으로, 미끼 한 번 움직이면 바로 물어버리는 식으로 그것을 보고 있을 테니까. 누가 매너손을 내밀었는지, 누가 딸바보인지, 누가 파격스타일을 선보였는지, 누가 누구랑 같은 옷을 다른 느낌으로 입었는지, 누가 누구와 함께 사진이 찍혔는지, 죄다 보고 말테니까. 그 뉴스마다 달려있는 수많은 댓글 또한 함께 읽고 말 테니까.

우리나라 사람, 연예인 참 좋아한다. (말해 뭐해, 나부터도 그렇다.) 어느 나라는 안 그러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우리만큼 독창적으로 ‘징한’ 곳은 드물 것이다. 그 바탕은, 도무지 정립되지 않는 여러가지로부터 온다. 예를 들어, 파파라치 보도만 해도, 그게 개인의 사생활 침해인지 시청자와 팬의 알 권리인지 맥락이 없다. 일은 빈번히 터지는데 맥락은 그때그때 떠돌다가 사라지고 만다. 한쪽엔 사생팬이 있다는데, 한쪽엔 개념팬이 있다. 그런데 둘은 어쩌면 같은 기사에 댓글을 달지도 모른다. 사생팬은 사생팬다운 ‘나쁜’ 댓글을 달고, 개념팬은 개념 넘치는 ‘착한’ 댓글만 달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허방을 잘 알고 교묘히 이용하는 미디어는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 클릭을 조종하려 든다. 일단 과격한 언어를 쓴다. 사귀는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열애’, 뭔가 보여줬다면 무조건 ‘과시’, 의견이 다르다면 ‘논란’, 얘기만 했다 하면 ‘폭로’, 새롭거나 낯설다면 ‘파격’, 조금이라도 놀라는 반응이면 ‘경악’…. 그렇게 언어는 날뛰는데 숫제 뉴스감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고민마저 삭제한 것도 부지기수다. 드라마 내용을 기사처럼 만들어 ‘아무개가 아무개 폭행, 아무개 오열’ 같은 제목을 버젓이 만들어내니 말 다했다. 이런 지경인데도 걸러내는 체가 없다. 미디어(사회)든 네티즌(개인)이든 스스로 하지 않는 한 아무도 하지 않을 일. 우리는 그것들에 여지없이 노출되고 만다.

배우 김상경은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배우의 직종은 서비스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배우는 관객 위에 서면 안 된다. 사람들과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사진도 잘 찍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그맨 유세윤은 트위터를 통해, 거리에서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하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왜 사진 찍기 싫다는데도 계속 사진 찍자 그래요 대체 왜 대체 왜.” 그는 계속 썼다. “친근한 연예인이구 싶다. 사진 찍기 불편하다고 하면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이고 싶다. 사진 찍기 불편하다고 하면 어이없이 쳐다보며 인상 쓰고 있어도 사진 찍어가는 쉬운 연예인이 너무 속상하당.” 두 사람의 얘기가 전혀 다르게만 들리나? 그렇지 않다. 입장은 다를지 몰라도 지금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똑같이 상징적이다. 또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불쾌를 불러온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이 하던 역할을 멘토니 뭐니 하는 (개인적으로는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연예인)이 대신하게 된 풍토와 관련이 깊다. 각자가 뚜렷한 개인이 아니라, 그저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무리를 만들고 그 속에 속하려는 입장이 그야말로 ‘대세’인 사회를 살아가려면, 스스로 개인이기 보다 대중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 친구, 내 가족, 내 선생님은 결코 나를 세상으로 견인할 수 없다. 누구나 아는 유명인만이, 나를 저 세상으로 기꺼이 인도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사사건건 시시콜콜 알아야 하는 건 정보사회의 강령과도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게 옳을까? 아무개가 딸바본지 아들바본지, 누구랑 누구랑 사귀는지 사귀다 말았는지, 아무개가 40대인데 20대 피부를 과시하든지, 20대인데 처진 살덩어리로 굴욕을 당하든지,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걸 알아서 뭐 그리 재미있을 것이며, 그걸 몰라서 얼마나 뒤처질 것인가? 순진한 척, 친구에게라도 제안해볼까? “우리, 연예인 좀 어지간히 밝히자. 새해부터 연예인 얘기 작작 좀 하자. 내 얘기 하고 네 얘기 하자.” 그렇게 해서라도, 막무가내 밀려오는 연예뉴스의 홍수를 피해, 뭔가 거절할 권리와 지혜를 갖춘다면, 어떨까.


이 칼럼 역시 마찬가지. 지금, 어쩌다 귀한 시간을 이 ‘연예 칼럼’을 읽는데 쓰고 말았다면, 이제라도 먼산을 보길 권한다. 그리고 개운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새해 인사를 쓴다. 지치고 힘들어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 아니 당신에게 정말이지 그게 백 배 낫다. 몇 일 후 당신은 빨다 만 걸레 같은 연예뉴스 대신 다정한 마음이 담긴 연하장을 받는다.

자우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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