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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빨간 구두 신은 '개 아가씨'/리춘렬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02일 08:53
(목단강) 리춘렬

  프롤로그

  먼저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글의 제목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제목이 '빨간 구두를 신은 개 같은 아가씨'란 말이 아니다. 사실 그대로 빨간 구두를 신은 '개 아가씨'란 말이다.

  (1)

  퇴근길에 찜빵집에 들려 찜빵 한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있는 길이였다. 큰 길과 잇닿은 골목길을 막- 지나려는데 난데없이 개 한마리가 유난히도 눈에 띄게 아스파트길우를 따가닥- 따가닥-거리며 걸어나오고있었다. 요즘은 거리바닥 곳곳에 흔해 빠진게 우왕좌왕하는 애완견들인데 이 개만이 유독 내 눈길을 잡아끌어 나를 딱- 멈추게 한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어서였다.

  고양이만한 개였는데 글쎄 조막되만한 네 발에 깜찍한 빨간 구두까지 달랑 신고있는것이 아닌가? 고추장에 톡- 찍어먹어도 시원찮을 그 손톱만한 발에 빨간 신발과 패션을 맞춘듯 모자까지 달린 빨간 쟈켓까지 몸에 딱 맞게 받쳐 입고있었다. '허참-앙증맞기로니?…' 너무도 기가 막혀 내 발길이 문득 멈춰졌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웃거리며 내려다보고있는데 개도 놀랐는지 가던 길을 딱-하니 멈추고는 나를 올롱하니 쳐다보고있었다. 개는 나를 올려다보고, 나는 개를 내려다보며 잠시동안 우스깡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고있었다.

  ‘야, 살다살다 별 깜찍한 놈 다 보것네’하고 찬탄하며 나는 속으로 독백을 하고있었고 '참, 별난 아저씨 다 보겠네- 생전 개 못 봤나?'하고 개도 시뿌둥해 하는것만 같았다. 세월이 참 좋-다, 옛날 우리 속담에 '개발에 보선'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개발에 보선'을 신기는 세월이 왔다.그만큼 시대가 변하고있다는 증표일것이다. 그래, 지금은 상품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개한테도 패션 놀음을 하고 있는거지… 돈을 버는 사람은 돈을 쓰는 사람의 심리까지 념려하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했으니 참으로 상품시대에 걸맞는 획기적인 발상이 아닌가싶다. '개발에 구두?… 개발에 구두…!'

  (2)

  내가 넋을 잃은듯 한참 개 구경을 잘- 하고있는데 개가 따가닥- 따가닥거리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영 신통치가 않았다. 구두 발목깃이 걸음걸이에 거북한 모양인지 걸으면서 앞뒤 다리를 톡톡- 털군 하였다. 꽛꽛하고 쬐꼼한 구두를 개에게 강제로 신겼으니 우리 인간이야말로 너무나 독재적이고 자사자리하지 아니한가? 개가 편안할거라고? 아니면 사람들이 보기 편하라고?

  로자는 인간의 인위(人为)가 모든 자연을 다 파괴하고 말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로자도 '도덕경'에서 무위자연(无为自然)을 갈파했던게 아닌가?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문득 '장자'라는 책의 '변무'편 한대목이 떠올랐다.

  왈: '다리가 긴 학에게 다리가 길어 불편하다고 다리를 끊어 짧게 해주거나 오리한테 다리가 짧다고 끊어서 길게 이어준다면 그것은 자연이 아니다. 도리여 그들에게 불편함을 만들어주어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이니라…'

  돌이켜보면 동물들은 모두가 본성 이외의것은 일률로 가르치지 않는다. 유독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본성이외의것을 가르치려고 갖은 애를 다 쓰고 또 쓴다. 개에게 신발이라는것은 알고보면 개에게는 당치도 않은 일이고 개로서는 본성 이외의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개한테 옷을 입혀 따뜻하게 해준데까지는 개에 대한 주인의 애틋한 마음이 가히 짐작이 가지만 꽛꽛한 구두까지는 너무하지 않는가?

  (3)

  나는 따그닥거리며 걸어가는 개 아가씨가 괜히 안쓰러워 그 앞에 다가가서 찜빵 하나를 꺼내여 던져주었다. 먹이로 인간이 저지른 자사자리함을 만회해보려는 생각이였다. 헌데 웬걸? 빨간 구두를 신은 개 아가씨는 쫑긋쭝긋 냄새를 맡더니 '아저씨, 참 시시하네요? 지금 애완견들이 이런거 먹는거 보셨어요? 아저씨나 콱- 잡수세요? 별꼴이야' 하는듯 튀여나올듯한 눈을 올롱하니 희떠보이더니 고개를 돌리고 다시 손톱만한 빨간 신을 또닥또닥 옮기며 가버리는것이였다.

  '아니? 조것이?...' 갑자기 나는 무안하기 짝이 없었다. 옛날의 개들은 지저분한 음식 찌꺼지나 인분같은것을 마구 먹어댔기에 개한테 '똥개' 라는 별칭까지 붙여주었었다. 그런데 개가 떡을 다 싫다 하다니? 이게 될 말인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럴법 했다. 분명 저 빨간 구두 개 아가씨는 집에서 주인이 오-냐! 오-냐! 하며 쏘세지나 고급 '개료리'같은 먹이를 먹였을게 분명한데 이런 하찮은 찐빵같은것을 먹을리가 만무하다. 말 그대로 '애-완-견' 아닌가? 순간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긴 한숨만 나왔다.

  개를 탓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고? 이것은 우리 인간들이 길들여 놓은 '문명'인것을! "우리 애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먹어요.", "우리 애는 치킨, 헴버거 같은것만 먹어 큰 일이에요" 애초부터 자기가 애에게 그렇게 버릇을 굳여놓고는 이제서야 걱정스러워 아우성을 치는게 지금 어른들이다. 그러니 상품화된 '애완견'들이야 더 말해서 뭣하랴? 사람들이 그렇게 길들여 놓고 말이다.

  각설하고, 지구 저편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이 시각에도 먹을것이 없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데 지구 이편에서는 개도 찜빵을 본체만체 하니 참으로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한 세상이다.

  인간의 문명이, 아니 인간의 마음이 타락을 해도 웬간히도 했구나싶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아직도 저편 어느 곳에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개도 안먹는 찜빵을 더 맛나게 먹어야겠다.

  오늘은 빨간 구두 '개 아가씨' 덕에 인생공부 한번 잘- 했다.

  에필로그

  기실 빨간 구두를 신은 개가 옷을 입고 있어 '아가씨'인지 '아저씨'인지는 모르겠고 해서 내 나름대로 '아가씨'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량해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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