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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검은돈이 움직인다 … 국제금융시장 긴장

[기타] | 발행시간: 2013.03.28일 00:57
기업 등 861조원 해외 은닉

키프로스서 예금 뺄 움직임

'다음 안식처 어디냐' 촉각

'새로운 안전지대(Safe Haven)를 찾아라-'.

 키프로스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러시아 자금이 불안에 떨고 있다. 키프로스는 스위스와 더불어 러시아 검은돈이 드나드는 양대 창구다. 미국 검은돈 감시단체인 글로벌금융투명성(GFI)은 2011년 한 해에만 러시아 자금 2000억 달러(약 220조원) 정도가 키프로스를 거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키프로스 시중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금만도 330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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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키프로스 창구가 지금 닫히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10만 유로(약 1억4300만원) 이상에 대해 최고 40%에 이르는 손실분담(예금 징발)을 안기기로 결정하면서다. 게다가 키프로스가 자국 은행을 드나드는 자금의 흐름을 감시하는 기구를 갖추도록 했다. 러시아 기업과 부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의 감시를 피해 해외에 떠도는 검은돈 주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검은돈 주인들은 마피아나 기업인만이 아니다. 크렘린의 권력자들이 핵심이라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스위스 거대 에너지중개회사 군보르(Gunvor)의 대주주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란 설이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 야당들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푸틴이 군보르에 원유와 천연가스 거래권을 넘겨주고 이익을 배당받아 해외에 숨겨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러시아 검은돈 주인들이 요즘 키프로스뿐 아니라 서유럽, 특히 이탈리아·스페인 은행에서도 돈을 빼내려 한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키프로스 사태 이후 유로존 시중은행에서 일고 있는 예금 이탈 움직임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다급해진 EU 쪽은 “키프로스 손실 분담(Haircut)은 예외적 조치”라며 “다른 나라 은행들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불안이 좀체 가라앉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냉전으로 미국 제재가 임박했던 1949년과 비슷한 분위기다.

 그해 옛 소련 재무부 관리들이 프랑스 BCEN등 서유럽 은행들에 급파됐다. 그들에겐 비밀 지령이 하달됐다. '크렘린 자금의 안식처를 찾아라'라는 것이었다. 서방 은행들은 그들을 도청방지 시설이 갖춰진 귀빈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러시아 신사들은 새로운 금융 역사를 여는 말을 했다. 옛 소련이 해외에 묻어둔 달러 자금뿐만 아니라 석유 등 천연자원 수출대금 중 일부를 맡기겠다는 제안이었다. 미국의 소련 자산동결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옛 소련이 서유럽 은행에 피난시킨 자금은 40억~60억 달러였다. 현재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는 러시아 검은돈은 얼마나 될까. GFI가 올 1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러시아 검은돈이 1994~2011년 17년 동안 연 평균 435억 달러씩 해외에 저장(Parking)된 것으로 추정했다. 모두 더하면 그 규모가 무려 7825억 달러(약 861조원)에 이른다. 이 돈의 원천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6%에 이르는 지하경제다. 지난해 GDP가 1조9500억 달러였으니 지하경제는 8970억 달러에 이른다는 얘기다.

 GFI는 “러시아 권력자와 기업, 부호들이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판 돈 중 일부를 분식회계 수법으로 스위스 비밀계좌 등에 남겨놓은 게 대표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60여 년 전 옛 소련 자금이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인 바람에 유로달러 시장이 태동했다. 당시엔 없던 미국 밖의 거대한 달러자금 저수지였다. 나중에 미국 월가와 자웅을 겨루는 유럽 금융시장으로 발전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스위스 은행가들의 말을 빌려 “막대한 러시아 검은돈이 움직이면 이번에도 새로운 자금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유치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바이·아부다비·바레인 은행들이 러시아 기업과 부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검은돈이 오일머니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또 하나의 거대한 자금시장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유로달러 시장처럼 말이다.

중앙일보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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