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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어느 학교에 보낼가/장춘식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8.13일 21:07
우리 아이 어느 학교에 보낼가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연구원)

북경에서 살면서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자식을 조선족학교에 보내지 못하는것이다. 조선족학교에 다니지 못하니 어렷을적에는 그래도 조선말을 꽤 하더니 결국 조선말을 다 잊어버린다. 한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이보다 답답한 일이 또 있다. 일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요즘 연변의 조선족가정들에서는 자녀들을 한족학교에 보내는것이 류행이라 한다. 그런데 확실한것은 조선족어린이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는 류행과 거의 동시에 한족어린이들이 조선족학교에 다니는것이 류행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조선족학교에는 한족어린이가 거의 반수를 차지하고 어떤 한족학교에는 조선족어린이가 거의 반수를 차지한다고 하기도 한다. 어느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가?

나는 한족어린이들이 조선족학교에 다니는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가 생각한다. 한국업체의 중국투자 증가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면 취직이 잘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실제로도 조선족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졸업하고나면 같은 조건에서도 취직이 더 잘되는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조선족어린이들이 한족학교를 졸업하고 한족대학을 나올 경우 한어를 주로 사용하는 직장에 서류를 제출했을 때 한족인보다 무슨 비교우세가 있을가? 조선족이라서, 조선어를 조금 안다고 해서(내가 알기로는 한족학교를 나온 조선족청년들은 대부분 조선글을 모르며 일부는 조선말도 잘하지 못한다) 한족인들보다 취직이 더 잘될가? 승진이 더 잘될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잘 봐줘야 한족인들과 같은 조건이 되고 다수의 경우는 여전히 렬세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별로 실리가 없음에도 이를 위해 잃는것은 너무 엄청나다. 먼저 실리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조선족업체나 한국업체 같은 조선어가 필요한 업체에 취업을 할수 없게 되니 취업의 문이 그만큼 좁아진다. 스스로 제 앞길을 좁게 만드는것이다.

민족적인 정체성을 잃게 되는것도 생각보다 큰 손해다. 민족정체성이란 공유된 민족적특성들로 인해 어느 한 개인이 어느 특정 민족공동체에 대해 느끼는 소속감인데, 인간은 그 소속감에 토대하여 세계를 인식하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언어와 문자는 민족적소속감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인중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조선족어린이들이 한족학교를 다님으로써 조선어를 잊거나 부분적으로 잊는다는것은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전부 혹은 일부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 되는데, 원리대로라면 상실된 부분은 새로 배운 한족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족정체성은 “자기개념”의 일부인데 이것을 통해 개인은 자신의 민족적정체를 스스로 정의하거나 또는 타인들에 의해서 정의되여질수 있다. 한어를 잘한다고 하여 꼭 한족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한족의 정체성과 조선족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닐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좋게 보면 문화적인 다양성으로 리해할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사물이나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함에 있어 항상 선택의 고통을 겪게 되며 따라서 우유부단한 삶의 태도를 보이기가 십상이다. 동시에 심리적으로 항상 빈구석이 생기게 된다. 대도시, 특히 조선족이 별로 없는 대도시에서 사는 조선족들이 고향을 그리고 동족을 그리워하는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이것마저 사라진다면 그는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민족적인 소속을 바꾸게 된다.

이런 현상이 계속 확대되면 조선족은 결국 민족정체성을 상실하게 될것이다. 문화학의 립장에서 보면 한 민족의 문화적유전자가 상실됨을 의미한다.

근친결혼은 유전자의 퇴화를 야기한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심지어 몰래 중국의 동식물과 인간의 유전자를 채취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동식물의 유전자가 서로 영향주면서 우수성이 발휘되는것처럼 문화 또한 상호영향속에서 향상되는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한 민족문화의 소실은 중화민족문화의 번영에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이제 우리 아이를 한족학교에 보낼가, 조선족학교에 보낼가? 다시 생각할 일이다.

(연변일보 2008-4-10 20: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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