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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가 필요해>, 볼 만한 시트콤이 나왔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07일 09:01

<선녀가 필요해> 7회 KBS2 월-금 저녁 7시 45분

그동안 왕모(심혜진)와 채화(황우슬혜) 모녀에게 걱정거리라곤 날개옷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것마저도 푸짐한 음식이나 신기한 볼거리 앞에서 잊혀지기 일쑤였다. 지난 6회 동안 특별한 사건 없이 먹고 구경하는 즐거움에만 심취했던 왕모와 채화는 빠른 속도로 욱하는 엄마와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는 완결된 에피소드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단편적인 순간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 온 결과물이다. 이미지를 완성했다면, 다음 단계는 캐릭터에게 감정을 입히는 것이다.

어제 방송분은 인간 세상의 방관자에 가까웠던 모녀가 비로소 인간 세상에 발을 담그며 노동의 고단함, 이별의 아픔을 체감한 회였다. 방세를 내기 위해 도로 한복판에서 1000원짜리 뻥튀기를 팔다가 경찰서에 끌려간 왕모는 여전히 5만 원을 “삼대가 먹고도 2만 원이 남는 돈”이라 생각할 만큼 돈에 대한 개념이 없지만 적어도 “돈 버는 거 너무 어렵고 돈 나가는 건 너무 쉬워”라는 사실만큼은 안다. 파혼당한 채화는 ‘사랑을 이루어주는 짭짤한 이 맛’이라는 프레즐 광고 문구가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레즐 흡입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녀가 필요해>가 바닥까지 우울한 시트콤은 아니다. 왕모가 뻥튀기를 만들다 교통사고를 낸 위기상황에서도 느닷없이 뻥튀기를 사겠다는 사람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두 선녀를 통해 인간의 고달픈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시트콤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화를 낼 때조차 웃긴 심혜진과 눈물 젖은 프레즐을 먹어도 귀여운 황우슬혜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이 아닐까. 확실히, 또 한 편의 볼 만한 시트콤이 나왔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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