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문학작품으로부터 인기 영화·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최근에는 문예창작, 특히 멜로제재에 재벌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웬만한 작품에는 모두 재벌이라는 주인공설정이 있으며 스토리가 이 캐릭터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인물의 여러가지 극단적인 행위와 언어는 관객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창작의 수준을 끌어내린다. 이런 작품의 범람은 영화창작에 있어서 인물형상의 다양성과 주류가치리념의 효과적인 전파에 엄중한 영향을 주면서 업계내의 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벌캐릭터는 흔히 젊고 혈기왕성하며 차갑고 제멋대로이며 갖고 싶은 것은 모두 가질 수 있지만 사랑만은 뜻대로 되지 않고, 흔히 평범한 상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앞을 가로막는 반대 또는 오해로 인해 사랑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헌신한다. 이러한 설정은 동화같은 멜로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관객들이 재벌의 사랑을 받고 싶고 보호를 받고싶어 하는 심리에 대한 보상으로 작용한다.

재벌캐릭터의 범람은 작품창작은 물론 사회적 풍기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아직 성숙되지 못한 년령단계의 관객들의 가치관, 혼인관, 소비관에 영향을 준다. 이런 캐릭터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사실 일부 관객들의 ‘저렴한 흠상수준’에 눈높이를 맞춘 채 시청효과와 오락성만 중시하고 가치인도의 중요성을 홀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패스트푸드식 창작물의 범람은 창작면에서의 사상적 함양과 사회적 의의에 대한 가치 추구를 말살하고 영화계의 건전한 발전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년간 관객들가운데서도 이런 재벌캐릭터에 대한 비평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객들의 흠상수준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이런 종류의 작품에 대해 심미피로가 온 듯 하다. 틀에 찍어낸 듯한 스토리전개, 사상성이 결핍한 이야기, 유치한 인물 설정보다는 현실생활에 발 붙이고 정감적 공명을 불러일으키며 계발작용이 있는 사랑이야기와, 성격과 배경이 다양하고 형상이 생동하며 정상적인 행위동기를 갖고 있는 인물형상을 더욱 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품 창작에 새로운 도전을 요하고 있다. 작가, 특히 웹드라마의 작가는 데이터, 인물설정, 트래픽 등 외계요소에 주목하는 한편 예술창작의 가치인도라는 본질로 돌아와서 복잡다단한 생활양상을 통해 시대의 맥박,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정신적수요 등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예술적으로 체현해야 한다. 관객들에게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고 관념적 인도를 하며 사람들이 사랑을 알고 인생을 리해하며 시대의 흐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멜로물이라면 존중이 결여된 무조건적인 보호나 인내, 의탁보다는, 매력발산으로 상대방을 끌어당기고 함께 곤난을 극복하면서 진취하며 그 과정에 서로 충성, 봉사, 희생하는 숭고한 정감세계를 보여주는 등 적극적이고 건강한 가치리념을 고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멜로물 창작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광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