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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부장판사의 사기꾼 아내, 구속집행정지중 달아나 1년째 잠적

[기타] | 발행시간: 2013.06.19일 03:08

법조인 가족이 법 우롱… 檢, 못잡나 안잡나

[동아일보]

수석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남편으로 둔 40대 여성이 재판 중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는 병원에서 달아나 1년째 잠적 중이다. 보석사기와 보험사기 혐의(사기 및 사문서 위조 등)로 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유모 씨(48·보석상·여). 그는 구치소에서 하혈한 뒤 수술의 필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20일 한 달간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고는 도주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본보 2012년 3월 10일자 A10면 前판사 부인 15억대 보험사기 혐의 구속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난 지도 19일로 딱 1년이 된다.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도 유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 재판은 변호사만 참석한 채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사건을 담당하는 이 법원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피고인이 잠적해 재판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고 주문했다.

잠적 초기 유 씨는 변호사를 통해 “요양원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2, 3주 후에는 재판에 참석하겠다. 죄송하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변호인조차 유 씨와 연락을 못하고 있다. 잠적 초기에 재판부는 “구속집행정지를 받으면서 하늘이 두 쪽 나도 한 달 뒤에는 돌아오겠다더니 이럴 수 있느냐”며 “최소한 소재는 알아야 ‘곧 돌아오겠다’는 유 씨의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씨와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중에는 법원이 사건을 분리해 재판을 진행한 끝에 이미 선고를 받은 경우도 있다.

유 씨는 그동안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도 불출석한 상태다.

유 씨의 사건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검찰에 여러 차례 유 씨를 법정에 세우라고 요청했지만 ‘수배를 내렸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면서 “사건을 진행하며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는 기자를 만나 “유 씨가 국내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긴 했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화여대생 청부살인사건’ 주범 윤모 씨(68·여)가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해 호화 병실에서 생활해 온 것과 다를 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남편이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장기간 재판에도 나오지 않고 도망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씨는 “200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위조된 증서로 주식을 넘겨받거나 스스로 ‘보석 왕’이라고 지칭하며 10.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실론사파이어 반지 등 4억3500만 원대의 보석을 받고도 대금으로 1억 원만 지급하는 등 30억 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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