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 차례 이상 대통령 기록물을 쪼개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지원(e知園)시스템을 ‘통째로’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측 주장과 모순되며, 일부 자료를 인위적으로 폐기·누락시켰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공식 반응과 달리 내부적으로 이 같은 점을 인식, 회담록이 노무현 정부 때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자료가 몇 번에 걸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고 들었다”며 “최소 세 차례 이상에 걸쳐 자료를 나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가를 받은 지정기록물이 100%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진다는 친노(친노무현)측 설명과 달리 자료를 지울 수 있고, 선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그래서 민주당 지도부도 (노 전 대통령이 폐기하지 않았다는) 친노측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 이어 야당 관계자도 노무현 정부 때 회담록 폐기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기록원에서 청와대 자료 이관은 약 한 달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통령 기록물이 이지원에서 RMS(Record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이동형 하드디스크에 담기고, 이것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인 팜스(PAMS)로 옮겨졌는데, 이동식 하드디스크에 아예 회담록이 없었다”며 “이지원 시스템에서 RMS로 가기 전에 이미 회담록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가기록원에는 회담록의 사전 준비 자료와 사후 이행 자료도 빠져있다”면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자료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고의로 폐기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이관하기 전 보낼 자료와 보내지 않을 자료에 대한 선별 작업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회담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일부 자료들을 삭제 또는 폐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구 여권 핵심 관계자는 회담록 폐기와 관련,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청와대의 이지원 시스템은 이미 폐기돼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이 회담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청와대 것만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