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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정치인 남편 용서”… 진짜 궁금한 ‘女心’

[기타] | 발행시간: 2013.07.25일 18:15

다른 여자랑 바람피운 남편을 용서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만천하에 공개된 성매매업소 주요 고객 명단에 남편 이름이 떡 하니 올라와 있다면 또 어떨까. 남편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질펀한 인터넷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알몸 사진까지 교환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런 정치인 남편을 용서하는 것도 모자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대인배’ 아내가 미국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성추문이 드러난 뉴욕시장 후보 앤서니 위너의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남편을 사랑하고 용서했다”고 말한 열두 살 연하 아내 휴마 애버딘(37)이 바로 그런 경우다. 휴마는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후보를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남편에게 힘을 실어줬다.

휴마의 언행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힐러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남편 빌 클린턴이 나이트클럽 가수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난 1992년 초 부부 동반으로 CBS 방송에 출연해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힐러리는 1998년 르윈스키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의사당을 찾아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염려한다”며 구원 투수로 발 벗고 나섰었다. 하원의원들이 탄핵안을 표결하기 직전이었다. 96년부터 백악관 인턴으로 힐러리를 보좌한 휴마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힐러리가 국무부 장관을 지낼 때까지 15년 넘게 오른팔 역할을 하면서 ‘힐러리의 두 번째 그림자’로 불렸다.

힐러리는 2011년 남편의 첫 성추문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애버딘에게 “세상의 끝에서 모든 여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정할 능력과 자신감과 기회를 갖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힐러리 이후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정치인의 아내가 공개석상에 남편과 함께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2007년 워싱턴DC 매춘 명단에 올랐던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의 아내 웬디는 남편의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데이비드를 용서했고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며 “나는 웬디 비터(비터의 아내)인 것이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했었다. 비터 의원은 이듬해 재선에 성공했다.

성추문 남편에 대한 아내의 공개 지지는 ‘가장 크게 상처받았을 사람조차 용서했다’는 인상을 주고 군중의 시선을 분산시켜 비난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가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부부간의 굳은 유대가 정치인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다면 이들 여성은 과연 남편을 용서한 것일까. 성추문 남편을 아내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사랑했던 남편을 믿고 기회를 주고 싶은 심정, 가족을 지키고 싶은 의지 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마는 “(남편을 용서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것은 나와 내 아이들,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을 통해 권력에 도달하고 싶은 개인적 갈망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 완주 의지를 강조한 휴마는 문제의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직접 상원의원과 국무장관까지 한 힐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남편보다 더 정치적인 아내’라는 식의 비판도 나온다. 일간지 뉴욕포스트의 정치 분석가 애덤 와이스는 “휴마는 권력을 체면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클린턴 용서 학교’를 나왔다”고 비꼬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치인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아내를 전략적으로 등장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는 건 아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의 아내는 남편이 암 투병 중인 자신 몰래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고 별거에 들어갔다. 2010년 사망 전 쓴 유서에서는 남편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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