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국 임박했는데도 무반응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시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데도 북한의 침묵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대화를 제의한 지 8일째 접어든 5일에도 판문점 연락관 채널 통화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무반응은 무엇보다 정부의 입장이 변화되지 않은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달 25일 개성공단 6차 실무회담을 마치면서 “남측이 입장을 철회하고 남과 북이 공동담보를 할 경우에 판문점 채널을 통해 차기회담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칙적인 견해를 밝힌 만큼 남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으로선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데다 정부의 최후통첩식 대화 제의에 대한 불쾌감이 겹쳐지면서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남북한 모두 벼랑 끝 전술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공단 폐쇄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려는 의도된 침묵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명시적으로 (회담 제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남한 정부가 ‘중대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해 공단 폐쇄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의도”라면서 “남한 정부를 물먹이려는 것”이라며 분석했다.
4일 북측에 개성공단 회담 수용을 거듭 촉구했던 정부는 더 이상 추가적인 대북 제안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는 만큼 훈련 실시를 북한에 통보하는 시점이 정부의 ‘중대 결단’ 조치가 실행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주무장관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해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 예정대로 항공편을 이용해 국내 휴양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류 장관 휴가는 9일까지 예정돼 있다. 류 장관 휴가와 관련된 일각의 비판여론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는 긴 호흡을 갖고 차분하게 해야지 특정 사안만 갖고 너무 과도하게 할 필요는 없다”면서 “장관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장관이 이번 주 휴가를 떠나면서 정부가 예고한 ‘중대 결단’ 시기는 일단 이번 주를 넘기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경협보험금을 신청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나설 계획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