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국과수, 내려간 차체 의심 '사체 무게' 포함 실험…'첨단 과학수사' 감탄]
인천모자살인범 정모씨가 지난 24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인천남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과학수사가 미궁에 빠질 뻔한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인천 모자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차남 정모씨(29)를 증거불충분으로 내보냈다 경찰이 다시 그를 체포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CCTV 영상 덕분이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지난달 14일 차량을 몰고 어머니 집 앞을 지날 때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정씨 혼자 타고 있는 차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차체 중심이 밑으로 내려앉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국과수는 어머니 김모씨와 장남의 몸무게를 합친 125kg의 물건을 동일 차종에 싣고 100차례에 걸쳐 실험한 결과 차체의 내려앉는 정도가 CCTV 영상 안의 정씨 차량과 96% 가까이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학수사가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국과수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을 아꼈지만 이에 대해 경찰의 과학수사 전문가들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가 갖고 있는 특수 장비와 전문가들이 의견이 모아진 경우 같은데 이런 사례는 처음 본다"며 "아마 차량이 정지했을 때 영상을 확보한 뒤 차체가 내려앉은 정도나 기울기를 계산해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과수를 비롯한 수사기관은 차량의 보이지 않는 적재물 등을 찾아내기 위해 차체가 내려앉은 정도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정치인들이 비리자금을 현금으로 사과상자에 담아 차량으로 이동시키다 적발된 사건 때도 범행을 부인할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은 직접 비슷한 무게의 물건을 실어 차체가 내려앉은 정도를 증거로 제출한 사례도 전해진다.
도로의 트럭이나 화물차의 적재물 무게나 상태를 측량해내는 계근대 전문가들도 일반 차량이나 노후 차량의 경우 차체 높이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타이어의 상태를 보고 차량 안에 있는 적재물 무게를 알아내는 기술은 아직까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에서 계근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모씨(52)는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승용차에 사람이 4명 정도 타면 차량 높이가 육안으로 봐도 낮아진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하지만 125kg 정도일 경우 정밀한 측정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인천 남부경찰서는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존속살해)로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정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국과수의 영상분석 결과와 정씨의 아내 진술로 정씨는 다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경찰은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