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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 SK 악몽의 날

[기타] | 발행시간: 2013.09.28일 07:13

최태원 회장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부회장 3년6월 … 초유의 총수 형제 동반 실형

SK그룹 사건 항소심 선고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417호. 최재원 부회장, 최태원 회장, 장모 전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부터)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문용선 부장판사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법정 규정상 사진 촬영이 금지돼 삽화로 처리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27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회사 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최태원(53·구속) SK그룹 회장과 최재원(50) 부회장 형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시간 가까이 걸린 판결 이유 설명이 끝나고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가 형량이 담긴 '주문(主文)'을 발표하기 위해 일어나라고 명했다. 두 형제 모두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앞서 문 부장판사는 회사 돈 횡령 수법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줄 때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SK, 1심 진술 뒤집는 모험 강행

횡령 이유를 설명하면서는 “최태원이나 최재원이나 한마디로 거지”라는 거친 표현도 썼다. 개인 재산은 대부분 담보가 잡혀 있어 회사 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선고 형량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최 회장에게는 원심대로 징역 4년을, 1심에서 무죄였던 최 부회장에 대해선 징역 3년6월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했다. 대기업 총수 형제의 동반 실형 선고는 초유의 일이다. 이에 비해 최 회장 측이 주범이라고 지목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가 최 회장 형제에게 동시에 실형을 선고한 건 이들이 여러 차례 말을 바꾼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면서 마음대로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종할 수 있는 듯 행동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465억원 상당의 펀드 투자금 인출과 송금이 그룹 총수의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문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두 형제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일을 안 것은 검찰 수사 때였고, 그 전까지는 김준홍 대표가 했습니다. 도망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였다. 최 회장은 체념한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최 회장이 조용히 일어나 피고인 대기실로 향하자 최 부회장이 뒤를 따라 연행됐다.

 최 회장 형제의 항소심 재판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계열사에 1000억원대의 펀드 조성을 지시하고 이를 김원홍 전 SK고문에게 송금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 동안 “펀드 조성도, 이를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것도 전혀 몰랐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폈다.

선고 전날 김원홍 송환도 안 통해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예상을 뒤엎고 “최 회장이 주범”이라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어진 2심 재판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 회장 측은 1심 진술을 완전히 뒤집으며 “펀드 조성 사실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다만 “돈 인출은 김원홍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대표가 몰래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피해자라는 거였다. 진술의 신빙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펀드 조성에 관여한 것을 인정하는 순간 횡령죄를 인정한 것인데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홍 전 대표가 말을 바꾸기 시작하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는 항소심 법정에서 “최 회장 측이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상황이 최 회장 측에 불리해져 갈 즈음 막판 변수가 생겼다. 대만으로 도피해 있던 김원홍 전 고문이 지난 7월 말 결심공판 직전 체포된 것이다. SK 측은 부인했지만 '기획체포설'까지 불거졌다. 결국 선고가 9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김 전 고문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변호인 측은 “김 전 고문의 증언을 들을 수 있도록 재판을 더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밤 김 전 고문이 드라마처럼 송환됐지만 재판부는 선고를 강행했다.

항소심 재판부 "횡령 사실 불변"

 최 회장 측은 상고할 방침이다. 김 전 고문이 어떤 증언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대법원에서는 그의 증언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파기환송의 요건이 된다.

글=최현철·심새롬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현철.심새롬.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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