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지성은 어쩌다 자신의 연인을 죽인 여자 황정음을 사랑하게 됐을까. '비밀'은 이 무모한 설정을 가능케 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비밀' 10회에서는 유정(황정음 분)을 향한 집착의 방향이 그를 괴롭히는 것에서 배려하고 지켜보는 것으로 변화된 민혁(지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민혁은 자신과 멀어진 유정을 직접 제자리로 돌려놨다. 이 뿐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다시 일하게 만들며 여전히 유정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분명 변했다. 막무가내로 유정을 몰아가던 민혁이 아닌 유정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민혁이었다. 그는 유정에게 "빨리 빚을 갚아서 빵집을 찾아가라"고 말하는가하면 레스토랑에서 도훈(배수빈 분)과 마주치게 될 유정에게 하루만 쉬라는 부탁 같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세연(이다희 분)에게 독설과 냉대를 당하고 있는 유정을 구해줬고, 자신이 사장이라는 이유로 집 안으로 들여 그의 시야 안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빨래를 널고 있는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민혁은 사랑에 빠진 남자임이 분명했다.
이러한 전개는 사실 무모하다. 초반 민혁은 유정의 목을 조르며 그에게 저주를 내리던 남자였다. 자신의 연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오해 아래 유정을 괴롭히는 것만이 민혁이 사는 이유였을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유정을 향해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다니, 실로 놀라운 이야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러한 과정을 빠르면서도 설득력있는 이야기 전개로 펼쳐내고 있다. 겹겹이 싸여 있는 비밀들은 서서히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풀려나간다. 하루 아침에 유정을 사랑하게 됐다거나, 어느날 갑자기 유정이 범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방식이 아니다. 민혁은 조금씩 유정에 대한 생각을 고쳐나가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됐다.
이는 '비밀'이 첫 회에서 지금까지 시청률 수직상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물에 젖어 들어가는 옷감처럼 빠르지만 자연스레 끌어들이고 있다. '왜? 어째서?'라는 의문이 남지 않는 빈틈 없는 이야기 전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6부작인 '비밀'은 이미 중반을 넘어섰다. 품고 있던 비밀의 퍼즐들도 어느 정도 형태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대를 막론한 명쾌한 주제 권선징악과 사랑이다. '비밀'이 과연 또 어떤 흥미로운 전개로 이를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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