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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트럭 청년의 행복 여행기] “커피 팔아 천금보다 귀한 인연을 벌죠”

[기타] | 발행시간: 2013.12.28일 01:28

커피, 여행, 캠핑. 이 세 가지는 요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키워드다. 커피전문점은 포화를 모르고 늘어나고 있고, 여행과 캠핑 열풍으로 아웃도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커피트럭을 몰고 전국을 여행하는 김현두(31)씨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의 삶에는 커피, 여행 그리고 캠핑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이 일상에서 휴식을 위해 커피, 여행, 캠핑을 찾지만 김씨에게는 삶이다. 사람들은 김씨의 여행을 동경한다.

김씨가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모습은 현실에 짓눌린 도시인들에게 대리만족으로 다가온다. 김씨의 블로그(blog.naver.com/gonggan153)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gonggan153)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23일 전북 전주에서 만난 김씨는 “커피트럭으로 생계는 유지가 안 된다. 그래도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낡고 조그만 커피트럭 ‘공간이’를 몰고 2011년 4월부터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김씨도 또래 청년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한국전력공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8월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었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걸 자각하는 계기가 됐죠. 지금의 삶은 아버지가 주고 가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전북 진안에서 카페를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을 고스란히 쏟아부었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커피트럭을 몰고 여행을 가야겠단 생각은 우연히 읽던 책에서 시작됐다. 그는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노점 이야기가 있었다. 거기에다 여행을 접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길로 커피트럭을 장만해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처음엔 1년만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커피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생계도 해결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커피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커피트럭으로는 생계가 안 됐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은 커피 한 잔을 팔기도 힘들 때가 많았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돈보다 행복이 우선이라는 신념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만난 인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김씨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은 또래의 직장인이 만나는 사람보다 다양하다. 17세 학생부터 영화배우, 대기업 간부, 여행가 등 보통 직장인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까지 인연이 확대됐다. 그는 “커피여행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사람여행’으로 바뀌었다”면서 “여행으로 만난 사람이 저를 가치 있게 봐주면서 여행이 더 소중해졌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인은 숙소를, 교회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은 ‘공간이’의 주차공간을 내줬다. 어느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일정을 알리면 그 지역에 사는 지인들이 숙소를 잡아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 그의 이야기를 알게 된 출판사는 김씨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으로 우편엽서 1100장을 무료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씨는 “우편엽서 80%는 나를 본 적도 없는 분들이 사줬다”고 했다.

김씨의 ‘사람여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는 방송 출연도 했고 최근에는 이동통신사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광대역 LTE 홍보에 절치부심하던 KT가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동하는 김씨의 모습이 소비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해 모델로 발탁했다. 김씨는 “광고가 나가고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제주도에 있을 땐 3시간 만에 15만원을 벌기도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종류의 관심을 반기는 건 아니다. 자신의 여행을 ‘가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엔 절대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누군가 그걸 보고 헛된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만 보고 저와 비슷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보는 것처럼 낭만적인 게 아니라고 현실을 여과 없이, 냉정하게 말합니다.”

김씨의 여행이 모두에게 지지받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길 위에서 노점이나 한다”는 시선을 보낸다. 그는 “얼마 전에 대학 강연을 갔는데 프로필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이런 여행을 한다’는 식으로 적혀 있어서 아쉬웠다”며 “그래서 더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돈 중요해요. 일부러 돈을 피해 다니진 않아요. 어렸을 때도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은 정말 싫어요. 하지만 가난이 제 삶을 짓누르진 못해요. 꿈을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그건 돈이 안 되니 다른 걸 하라’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씨는 최근에 서울 강남의 대형빌딩에서 구내카페 독점운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모 기업으로부터는 회사 앞에서 매일 커피를 팔아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그는 “계산해보니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연봉보다 많았다”고 했다. 홍대 앞에서 여행자 카페를 운영해 달라는 제의도 있었다. 김씨는 “돈을 벌 기회는 지금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이때가 아니면 못하기 때문에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지금까지 여행 이야기를 묶은 책을 집필 중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중으로 책이 나올 예정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기업 등을 다니며 자신이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학생이 2000명이 넘는다. 김씨는 “다양한 청춘의 삶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내 얘기를 듣고 도전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그는 고향 근처에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를 나누고 문화에서 소외된 지역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전주=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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