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를 읽으면 당시의 문화는 물론 정치와 사회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며 널리 인구에 회자된 ‘안녕들 하십니까’가 안녕치 못한 현실을 대변하듯 말이다. 올 한 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유행어는 뭘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 KBS 개그콘서트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의 ‘느낌 아니까!’가 2013년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개그콘서트’의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에서 개그우먼 김지민(사진)이 유행시킨 ‘느낌 아니까!’는 깐깐한 것 같지만 허점이 있는 여배우 역할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행어다. 이어 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에 나오는 ‘고객님, 당황하셨어요?’도 ‘느낌 아니까!’ 못지않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는 보이스 피싱 풍자와 함께 영화 ‘황해’를 패러디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병헌이 팬택 베가 TV CF에서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내레이션한 ‘단언컨대’도 일반인뿐만 아니라 신문과 인터넷 언론에서 제목으로 차용할 정도로 빈번히 등장했다. 팔도 왕뚜껑 CF도 개그맨 김준현을 앞세워 ‘단언컨대’ 광고를 패러디하며 ‘단언컨대’의 인기를 입증했다. ‘잠시만요, 보라언니 ○○하고 가실게요’도 인기를 끈 유행어다. 개그우먼 신보라가 인기연예인 역할로 나오는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에서 신보라의 코디네이터 역을 맡은 박은영이 크게 외치는 유행어다.
지난 5월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자발적 비정규직역을 맡은 김혜수는 “퇴근시간입니다만” 등 ‘∼다만’을 붙인 딱 부러지는 말투로 웃음을 자아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도 사람들의 큰 주목을 끌었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이자 감독인 로렌스 피터 ‘요기’ 베라가 한 이 말은 먼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0월 개봉한 손예진·김갑수 주연의 영화 ‘공범’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한 것. ‘공범’은 한없이 순수하고 우직한 ‘딸바보’인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 정순만(김갑수)을 딸 정다은(손예진)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이 말은 극의 핵심 포인트로 나온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성나정(고아라)이 쓰레기(정우)와 연인이 되려는 찰나, 칠봉(유연석)은 쓰레기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응답하라’도 ‘응답하라 1994’의 인기에 힘입어 올 한 해를 장식한 유행어 대열에 올랐다.
또 ‘좋은가봉가’도 올해의 인기 유행어로 꼽힌다. ‘좋은가봉가’는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가 “지아가 나가 좋은가봉가”라고 말해, 방송 이후 ‘좋은가봐’ 또는 ‘좋아하나’의 의미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불통’ ‘먹통’ ‘갑을 공화국’ 등도 사회 현실을 반영하며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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