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들 대놓고 不法 돈벌이… 이사업체 운영하며 '사장님 생활'
국내 중국인 이사 수요 늘자 10여개사 싼값 내세워 영업
단속 피해 대포폰·대포車 이용, 학교에 고급 외제차 몰고다녀… 中재벌 아들로 소문난 학생도
무면허에 학생비자 규정 위반… 법무부, 1명 검거해 강제 추방
중국인 유학생 고모(27)씨는 2007년 국내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국에 왔다. 2010년 성균관대에 입학한 그는 그해 여름방학 때부터 이삿짐 운반 사업을 구상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사 관련 문의가 수시로 올라왔는데, 한국 업체보다 싼 가격에 일을 해주면 돈벌이가 될 것 같았다. 실제 국내에 유학 또는 어학연수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8만4000여명 중 중국계가 5만5000여명으로 절대다수여서 이사 수요도 많았다.
고씨는 친구 2~3명을 설득해 무면허로 함께 일을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장사가 잘되자 이듬해 2월 아예 중고차 시장에서 450만원을 주고 트럭을 사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고씨가 직접 정한 업체 이름은 '슈퍼맨'. 트럭 뒤에는 '超人服務中心(초인복무중심·슈퍼맨서비스센터라는 뜻)'이라고 써 붙였다. 슈퍼맨은 이후 차량 한 대를 더 구입해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까지 이삿짐을 날랐다. 성수기엔 하루 5건 이상 일이 몰렸고, 비성수기에도 하루 1~2건씩은 주문이 들어왔다. 한국 업체보다 값이 싸다는 소문이 퍼지자 유학생과 중국계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연락을 해왔다. 슈퍼맨은 월평균 매출 1000만원을 기록했고, 트럭 기사에게 월급 200만원을 줬다.
고씨가 이삿짐 운반으로 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른 유학생들도 같은 사업에 뛰어들었다. '샤오샤오(小小)' '24이사' 등 10여개 중국계 이사 업체가 생겼다. 샤오샤오를 만든 조모(21)씨는 이삿짐 운반으로 번 돈으로 산 고급 외제 차를 학교에 몰고 다녀 주변에 '중국 재벌 아들'이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
유학생들이 만든 업체들은 급기야 작년 사업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택배도 했고, 다인승 승용차를 구매해 여행 가이드 일까지 했다. 이들을 적발한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중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하고, 여행사보다 가격도 싼 데다 한국에서 명문대까지 다녀 여행객들한테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차와 대포폰까지 동원했다.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는 이처럼 불법으로 무면허 이삿짐 운반 업체를 만들어 운영한 혐의로 고씨를 검거해 중국으로 추방(강제 퇴거)하고, 또 다른 10여개 업체를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법무부 소환 통보를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고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한국을 떠난 상태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적으로 사업체 운영이 불가능한 유학생들이 이처럼 대놓고 수년간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데에는 유학생 신분에 관대한 국내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돈을 벌려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법무부에 신고서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 국내에선 이런 신고서 제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국에 와서 공부하는 어려운 학생'이라는 관대한 시선도 있고, 관리 당국이 동네 편의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이번 단속은 이삿짐 운반 업체를 운영하는 한국인의 신고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5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 불법 사업체들도 더불어 성장해가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이삿짐 업체뿐 아니라 이미 수많은 '그들만의 사업체'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며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사업체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저가로 영업하기 때문에 국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