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형 전투함 순찰활동 투입
대만·필리핀 "中 조치 거부", 베트남은 미사일 증강 배치
작년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중국해에서 벌어졌던 영유권 분쟁이 새해 벽두에는 남중국해로 옮아가고 있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인민대표회의(지방의회 격)는 작년 11월 29일 남중국해에 진입하는 외국 어선들은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고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조례를 어긴 외국 어선에 대해선 50만위안(약 8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어획물을 몰수한다는 방침이다.
미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서 다른 국가의 조업 활동을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도발적이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싱가포르에 배치한 신형 전투함 USS 프리덤호를 남중국해 순찰 활동에 투입해 남중국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비판에 대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난성 조례는 1986년 제정된 중국 어업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어업법에 기술적 수정을 하는 것이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말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중국해 관련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만은 이미 "중국의 일방적인 새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필리핀과 베트남도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화망은 이날 "베트남이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군도에 중거리 방공 탄도미사일을 증강 배치했다"고 전했다. 필리핀도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배경으로 중국에 맞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약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 해역 가운데 200만㎢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이 구역은 필리핀·베트남 등이 주장하는 해상 관할권과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이 뜨거운 것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남중국해 석유 매장량이 300억t에 달한다"고 전했다. 해양 광물·어족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은 수입 원유의 80%가 남중국해를 지나기 때문에 '자원 안보' 측면에서 남중국해를 지켜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새로 배치한 전함 17척 가운데 7척을 남중국해에 투입했다. 또 하이난성 싼야(三亞)에 '제2의 항모 기지'를 최근 완공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싼야의 항모 기지가 유사시 일본의 해상 원유 수송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