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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壽 어머니 오래 사세요" 매일 속삭이는 아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2.15일 11:13
['현대자수 선구자' 99세 박을복씨 모시는 아들 오영호씨]

8년前 뇌졸중으로 몸 반쪽 마비… 강남 아파트 두 채 팔아 치료비로

간호사들 "언제 지칠까" 내기까지

주위 사람들 '정신병자 같다' 해도 나는 어머니를 만질 수 있어 기뻐


"어머니 오래 사세요." "어머니 오래 살아야 돼."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67세 아들이 99세 어머니에게 귀엣말을 하자, 어머니가 화답한다. 눈은 동그래지고, 입은 오물오물. 그래도 부족한지 이불 밖으로 나온 왼팔로 연신 손짓이다. 백일 지난 아기가 사람을 반기면 꼭 이럴까.

우리나라 현대자수 선구자인 박을복(朴乙福) 선생이 올해 만 99세, 백수(白壽)를 맞았다. 100세 이상 인구가 2000명(2012년 2386명)도 넘지만 이 어른의 백수는 좀 특별하다. 뇌졸중으로 몸 반쪽이 마비돼 8년째 병석에 누워 맞은 백수. 그런데 이 어른 상태는 오히려 나아지는 편이라고 한다.

'여자들 소일거리'로 치부됐던 자수를 예술로 끌어올린 박 선생이다. 개성 출신으로 1937년 도쿄여자미술대학 자수부를 졸업한 후 교편을 잡다 결혼해 살림했다. 1960년 유럽 여행을 떠난 건 인생에 '벼락'이 됐다. 그저 '부녀자'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1961년 12월, 그는 '국내 섬유개인전 1호'로 기록되는 전시를 연다. 운보 김기창의 아내 박래현은 당시 신문에 감상문을 이렇게 적었다. "박을복 여사의 제1회 개인전을 보고 적이 놀란 것은 여사가 십여년간의 침묵을 깨뜨리고 자수계에 새로운 이념의 세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력만큼 자부심도 강했던 사람. "인간문화재시네요"라는 칭찬을 가장 싫어했다고 한다. "내가 인간문화재들도 가르쳐봤는데, 나더러 인간문화재라니…."



우리 현대 자수(刺繡) 증인 박을복(99) 선생은 8년째 누워 있다. 아들 오영호(67)씨가 12일“어머니, 오래 사셔야 돼!”응원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960년대 중반 기능올림픽 대회장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과 김종필(맨 오른쪽) 의원을 맞이한 박을복(왼쪽서 둘째) 당시 기능올림픽 자수 직종장의 모습. /이태경 기자·오영호씨 제공


그 대찬 '신(新)여성'도 결국 2007년 쓰러졌다. 병원에서도 "오래는 못 가신다" 했고, 다들 "편히 보내드리는 게 효도"라고 했다. 형이 타계해 유일한 아들인 오영호(박을복자수박물관 이사장)씨는 동의하지 못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오씨의 이름은 1962년 1월 13일자 조간 신문에 나온다. "1962년도 경기고교 입시에서 175점 만점에 165점 최고 득점은 이은 군과 오영호군에게 돌아갔다… 오군의 부친인 오재걸 소아과원장은 아들의 건강에 퍽 유의하여 늘 고단위 비타민을 먹였기 때문에 '밤을 밝혀도 까딱없다'고 장담을 했다…". 전시회에서 자수 작품을 사겠다는 미 대사관 영사에게 "난 작품 파는 사람 아니다. 그냥 줄 테니, 내 아들들 영어를 가르치라"고 했던 그 어머니의 아들, 오영호였다.

오씨는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부터 작심하고 '효자'가 됐다. 고대 구로병원 간호사들은 "매일 붙어 있는 저 아들이 언제 지치나 보자고 내기를 걸었었다"는 얘기를 훗날 그에게 해줬다.

그는 매일 새벽 우면산 정상 소망탑에 올라 기도를 한다. "우리 어머니 좀 오래 살게 해주세요." 그리고 오전 8시 어머니를 찾아 "어머니 오래 사시라" 귀엣말을 하고, 외출했다 돌아온 저녁에도 또 응원을 건넨다. 집이 따로 있지만 어머니 방 맞은 편에서 늘 잠을 잔다. 자면서도 귀는 열려 있어 어머니 숨소리, 기침 소리가 이상해지면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모시고 간다. "어머니는 아들이 꼭 챙겨야 해요. 이북 사람들은 특히 아들을 치거든요." 어머니 와병 후 1박2일 여행도 가본 적이 없다.

개성 사람 피를 받아 이재(理財)에 밝은 그는 부자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팔았다. 이 대목에 이르면 사람들 반응은 이렇다. "쳇, 나도 돈 있고 시간 있으면 효자 노릇 하겠다."

선생을 3년간 돌봐온 간병인은 기자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저런 아들 없어요. 저렇게 매일 꼬박 붙어 있기가 쉽지 않아요. 아들 발소리가 들리면 환자 기색이 달라져요. 처음 뵐 때보다 지금이 더 상태가 좋아요."

"누이들도, 집사람도 '정신병자 같다'고 해요." 기자도 "그렇게 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 한마디 보탰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내 아주 어릴 적, 어머니가 앓는 날 위해 으깬 감자에 꿀을 섞어줬었어요. 그 맛이 아직도 기억나요. 날 낳아주고 아껴준 어머니가 나만 기다리는 애기가 됐는데, 내가 돌보는 게 어디가 이상합니까?"

"의식 없는 연명은 환자·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란 얘기들도 많이 한다.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어머니가 고통을 느낀다면 나도 포기하겠죠. 그런데 말만 못하시지 고통도 없이 저렇게 또렷하잖아요."

오씨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돈도 시간도 없다. 그러나 기자는 그를 '직업적 효자'라 부르고 싶어졌다. "나는요,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렇게 살아계시니까 내가 말도 걸고, 만질 수도 있잖아요. 정말 좋아요." 정말 좋아 보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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