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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짜릿한 돈맛의 추억?… 자칫하다 인생이 맛간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16일 02:36

전광판이 드러내는 주식투자의 세계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지만 누구나 승리할 수는 없는 전쟁터다. 주식투자자 500만 시대, 이들은 주식 전광판 색에 따라 오늘도 울고 웃는다.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에 투자자가 전광판을 보고 있다. ●류호진기자 jsknight@hk.co.kr

주식투자 500만, 전업투자자 100만 시대 명암

"취업 길 막혀서" "저금리 탓에…"

미취업자·퇴직자·주부… 너도나도 대박환상 뛰어들어

정보·지식보다 분위기 편승, 결국 심신 망가지고 '주식폐인'으로

자녀 셋을 둔 가장이자 주부인 정모(57ㆍ서울 서초구)씨는 자신도 모르는 새 전업 주식투자자가 돼있었다. 본디 학원을 운영했지만 2년 전 문을 닫았고, 유일한 벌이인 임대료 수입은 세입자 형편에 따라 끊길 때가 많았다. 몇 년 전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친구 귀띔으로 투자했던 종목이 일주일 만에 40% 수익을 안겨줬던 짜릿한 기억이 뇌리 깊숙이 자리잡았다.

이후 2년 가까이 그는 매일 오후 3시까지 방에 틀어박혀 주식거래단말기(HTS)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보는 친구, 거래증권사 직원, 인터넷 등에서 쓸어 모은다. 나름 이익도 손실도 모두 10%에 달하면 매도한다는 '손익 10% 룰'을 지켰지만 이미 HTS상 투자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쏠쏠하게 벌어서 가계에 실제 보탬이 됐고, 지난해 폭락으로 반 토막 나 팔지 못한 종목도 최근 반등 중"이라며 "일정한 수입도 없는 처지에 솔직히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나은 것 아니냐"고 했다. 오히려 "주변에선 테마종목으로 돈 좀 만졌다는데, (난) 무서워서 못 들어갔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그도 가끔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돈 때문이 아니다. "그날 등락에 따라 기분이 바뀌어요. 조울증인가. 담배도 늘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일쑤고, 뭐든 금방 까먹어요." 어느새 직업병까지 생긴 셈이다.

창업을 준비하던 원모(29)씨는 돈을 불릴 요량으로 올 초 6,000만원을 대선 테마종목에 투자했다. 조금 오르나 싶더니 이틀 만에 폭락해 30%나 잃었다. 본전 생각이 간절했던 그는 '딱 한번만'이란 다짐을 잊고 다른 테마종목까지 손댔다.

다행히 그는 대부분의 손실을 만회했지만 주식투자의 마력에선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다시는 테마종목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하면서도, 창업하겠다는 꿈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주식으로 잃은 돈을 결국 주식으로 벌충했다는 학습효과로 인해 실패하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창업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주식투자 500만 시대다. 국민 10명 중 1명 꼴이다. 전업투자자의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0만명 가량이 자산증식보다는 생계에 방점이 찍힌 전업투자자로 분류된다.

직장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던 주식투자가 취업문이 막힌 20대, 자영업 몰락과 노후 불안에 시달리는 노년층 등으로 저변을 넓힌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9세 이하 주식투자(33만7,000명)는 2004년보다 67%, 60세 이상(78만3,000명)은 43% 늘었다. 반면 취업률이 높은 30~50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테마 열풍, 모바일 거래 확산, 최근 주가 상승이 어우러져 지난달 주식거래량이 3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주식투자 인구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실망스러운 은행 금리, 일자리 부족, 100세 시대 대비에 대한 부담 탓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정확한 투자정보나 지식에 기대지 않고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주변 또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풍문을 듣고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다. 대학생 이모(27)씨는 "과외를 해서 모은 목돈을 은행에 넣어 썩히느니 투자하라는 친한 선배의 말에 함께 1,500만원을 테마종목에 넣었다가 500만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어학연수 기간을 반으로 줄여야 했다.

돈만 잃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다 보니 무기력, 대인기피, 급격한 심리 변화, 건망증 등 건강을 해치는 전업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전업투자자 절반 가량이 주식을 게임이나 도박으로 여기는 '주식폐인'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게 주식투자자들의 항변이다. 대학 졸업 뒤 2년간 단타매매를 하고 있는 A씨는 "처음엔 감으로, 다음엔 증권방송이나 증권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분석해서, 최근엔 직접 공부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되지도 않는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가끔 돈맛을 보는 지금이 차라니 낫다"고 말했다.

김모(38)씨는 재작년 다니던 대형증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자신의 수익률은 엄청 높은데, 연봉 이상 투자할 수 없는 증권사 규정에 발목이 잡혀 더 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퇴사 뒤 한동안은 조직생활에서 벗어난 자유와 남부러울 것 없는 짭짤한 수입으로 행복을 만끽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간 벌어둔 돈을 순식간에 모두 날렸다.

다행히 그는 직장상사의 배려로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김씨와 달리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의 주식투자는 그래서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최근까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424개 종목의 개인투자자 매매비중은 98.7%였다. 애석하지만 전업투자자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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