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녹내장에 걸릴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발병 위험 요인으로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매년 3월 둘째 주(10∼16일)는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가 제정한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두 단체는 이 기간 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다. 세계 녹내장 주간을 맞아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문정일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다?=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에 이르는 안질환이다. 뇌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시신경은 안압이 높아질 때 가장 먼저 손상되는 조직이다. 높은 안압을 녹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 이유다.
우리 눈의 각막(검은자)과 수정체(렌즈) 사이 공간에는 ‘방수’라고 불리는 액체가 가득 차 있다. 방수는 수정체를 붙잡고 있는 모양체에서 생성돼 동공을 통해 앞쪽으로 흘러나온 뒤 방수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40대가 되면 노화로 인해 이 방수배출구가 점차 좁아지면서 방수 생성량이 배출량보다 늘어나 안구 내 압력(안압)이 높아진다. 방수배출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좁아지고 안압도 계속 상승하기 마련. 결국 어느 시점부터 시신경(시신경 유두)이 손상되기 시작해 실명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안압은 정상(10∼21㎜Hg)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다. 이른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유독 이 정상 안압 녹내장이 흔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진행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상 안압이라도 시신경에는 부담이 될 때와 시신경으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부족할 때다. 이 같은 위험은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및 근시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으로 눈을 혹사시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녹내장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치료해도 소용없다?=녹내장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한번 망가진 시신경은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치료도 시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며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불행히도 녹내장은 대부분 실명 직전 단계까지 특별히 이상 증상이 없다. 갑자기 안압이 급상승해 눈과 머리가 몹시 아프고 메스꺼움을 느끼는 증상은 급성 녹내장에서만 나타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발병 초기에 발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책이다. 열쇠 구멍을 통해 문밖을 내다보는 것처럼 시야가 심각하게 좁아지는 말기 단계에 뒤늦게 발견하면 실명을 막을 길이 없다. 녹내장을 일찍 발견하는 방법은 40대 이후 연 1회 이상 안과 정기검진을 통해 시신경과 안압, 시야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녹내장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약물만으로 안압을 더 이상 조절하기 힘들 때는 레이저 또는 수술요법을 쓴다.
그렇다면 정상 안압 녹내장의 경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때도 일차적으로 치료 시작 전 안압보다 20∼30% 정도 낮게 안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정상 범위의 안압도 시신경에 부담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선 오보에 같은 관악기를 입으로 부는 행위, 역기처럼 숨을 참고 힘을 줘야 하는 운동, 넥타이를 세게 조이듯 매거나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매일 술을 마시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