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한국의 젊은 인재들은 대부분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합니다. 대기업이 높은 연봉과 좋은 복리후생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어떨까요?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 머서(Mercer)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중국의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2004년에도 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7년 만에 같은 조사를 해 비교한 겁니다.
이 결과 중국 직장인들이 회사를 선택하고 머무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년 전 중국 직장인들이 ‘기본 급여’를 가장 큰 관심거리로 꼽았던 것과 달리 2011년 중국 직장인들은 ‘승진 문제’를 꼽았습니다. 특히 남성, 중간관리자, 34세 이하의 젊은 직원들은 이 부분에 더 민감했습니다. 즉 중국의 직장인들은 승진을 통해 경력을 개발하고 자기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무척 의외의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흥경제국가의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HR 전문 사이트인 중화영재망(中國英才網)에서 조사한 결과도 같았습니다. 중국영재망은 한발 더 나아가 이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결과는 그들이 선호하는 가치와 일치했습니다. 바로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인사제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이직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즉 미흡한 인사제도로 인해 승진할 기회를 놓치면 이직을 준비하게 된다는 겁니다.
중국에 어떤 변화의 바람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그건 바로 중국의 신세대인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생) 세대가 사회의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재 직장에서 대리~과장급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바링허우 세대는 자아 실현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연히 승진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직장인의 이러한 가치 변화에 대응을 잘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대만 등 여섯개 나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은 간신히 대만을 앞서 5위에 머물렀습니다. 심지어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에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 기업에 밀리고 중국 기업에까지 밀릴 정도로 인기가 없는 한국 기업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이 인기가 낮은 첫 번째 이유는 경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평가 시스템이 불명확하고 세 번째는 직무에 따른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 가지 이유 모두 승진이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경영방식을 자세히 보면, 많은 기업이 과장급 이상은 모두 한국에서 파견합니다. 가구전문기업인 H사는 중국에 진출한지 십 수년이 되었지만, 최근까지도 과장 이상은 모두 한국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과장급 이하 직원만 현지에서 채용하는 겁니다. 몇 년 전에 이 기업에 들어간 한 중국 여성 직원은 아직도 일반 평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녀는 “여기서 아무리 실적을 올린다고 한들 승진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유리벽의 존재를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 상사들의 느린 업무 처리로 사업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현지 직원은 이런 이유로 프로젝트 영업실적이 좋지 않아 본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겁니다.
그럼 중국인이 선호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중국 신세대의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피엔지(P&G)입니다. P&G는 명확한 인사제도를 도입해 누구든 능력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 체계적인 인재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중국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채용하고 있습니다.
식품 및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초스피드 승진 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인재를 빠르게 핵심 간부로 양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고 현지 경영책임자까지 될 수 있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기회 제공은 더 많은 인재를 끌어들였고 또 그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실력있는 직원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선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민영기업들도 외국 기업에 뒤지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레노버, 하이얼, 바이두 모두 유연한 인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국 직장인들의 가치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했는데 중국 인재들이 자주 이직한다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회사 내에 인재들이 머물 수 있는 공정한 인사제도가 정비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