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직장인 47% 판단·집중력도 흐려져
16~64세 직장인 1000명 조사
회사원 김모(43)씨는 최근 상사의 지적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져 같은 일에도 평소보다 긴 시간이 걸려 고민인데, 목·어깨 통증까지 심해졌다. 결국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 집중력·판단력이 떨어지고 건망증까지 생기는 '인지장애'가 온 것"이라고 했다.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가 16~64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의 47%가 인지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4명 중 1명은 우울증으로 사직했고, 31%는 휴직했다.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우울증이 오면 우리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는데, 기억·판단·집중 같은 정신 활동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우울증이 있으면 자연히 인지장애가 동반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낫는다. 문제는 우울증이 있어도 인식을 못 하거나 진단·치료를 꺼리는 데 있다. 신경정신건강의학회 김영훈 이사장(부산백병원 교수)은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은 7%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 반면, 같은 조사를 실시한 유럽(7개국)이나 캐나다, 호주에서는 20~26%가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편견이나 직장 내 불이익이 두려워 진단조차 못 받은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신영철 소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에 가장 부담이 되는 10대 질병 가운데 3위로 우울증을 꼽았고 2030년이면 우울증이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직장인의 우울증은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고 기업의 생산성 제고나 사원 복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2007년 7조3360억원에서 2011년 10조3820억원으로 5년 새 42% 늘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