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60년대초, 국내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우리 연변에는 《조선바람》이 세차게 불어쳤었다. 나는 이 《조선바람》의 동풍을 타고 조선의 큰누님을 찾아 훈춘 사타자 국경다리를 신고스레 넘었다가 되돌아온 불명예스런 추억을 갖고있다.
50여년전 내가 건넜던 사타자국경다리는 일제가 1936년 12월에 준공한 다리였다. 그외에도 1935년 10월에 준공한 조선 훈융-훈춘 사완자(솔만자라고도 함)국경다리(철도교와 도로교), 1936년 11월에 준공한 권하국경다리, 1937년 5월에 준공한 량수국경다리가 있다. 이 다섯개 국경다리가 준공된후 일제는 더욱더 자유자재로 중조국경의 벽을 넘어다니면서 제멋대로 갖은 행패를 다 부렸다.
그러나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나라의 모든 주권을 잃은 우리 민족은 마음대로 국경의 벽을 넘을수 없었다. 하기에 여기에는 숱한 아이러니가 생겨 지금까지 전해지고있다.
그당시 로인들과 아낙네들이 제일 큰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다리를 건느려면 교두 또치까에서 일군(日军)경비원을 만나게 되는데 《나는 일본황국신민이다》라는 말을 일어로 번져야 했다. 하지만 혀가 굳은 로인들에게는 서투른 일본말이 《좔좔》나올리가 만무했다. 일본말을 번지지 못한 수염이 새하얀 로인들은 새파랗게 젊은 일군들에게 따귀를 맞군했다고 한다.
아낙네들은 일본식 《몸베》(일본식 바지 일종)을 입어야만 도강이 가능했는데 판을 모르고 한복을 입으면 일반치마는 물론 속치마까지 찢겨야 하는 수모를 치르기도 했다. 일본의 노화교육과 세뇌작업은 이토록 섬뜩할지경으로 지독했다.
왜놈들은 보다 더 자유로이 국경의 벽을 넘어다니기 위해 국경다리들로도 모자라 5145평방킬로메터밖에 안되는 훈춘땅에 4개나 되는 군용비행장을 닦았다. 첫번째는 고성촌 동북쪽에 위치해있었고 두번째는 훈춘성 북쪽에 위치해있었으며 세번째는 오늘의 쌍신 서부 남하와 (南河洼)차대구인하동안(车大沟人河东岸)에 위치해있었고 네번째는 춘화진 사방정자(四方钉子)에 위치해있었다.
필자가 1961년도에 월경하면서 콘크리트바닥에서 하루밤 지냈던 고성촌 비행장은 4개 비행장가운데서 가장 큰 비행장이였다. 1932년에 비행장이 준공된후 한때는 신경(오늘의 장춘)-연길-훈춘-조선 청진, 또 한때는 신경-연길-룡정-훈춘-조선 라남 항선으로 려객운수와 화물운수를 하였다. 왜놈들은 이것으로 더욱 코대를 잔뜩 높이 세우고 보란듯이 자기들의 위세를 과시하였다.
더욱 한심한것은 두더지처럼 중쏘국경선 지하에 돌굴까지 팠다는것이다. 말하자면 훈춘 경신의 오가산요새(五家山要塞)란 방대한 군사시설이다. 일반사람의 사유로는 상상할수조차 없는 오가산요새는 중쏘, 중몽 국경선 14개 요새가운데(10개는 흑룡강에 있음) 제일 남단(南端)에 있는 기점군사요새로서 놈들이 14년간이란 긴 시간을 들여 판것이다. 일본군이 오가산에 수축한 방대한 군사요새군은 모두 쏘련을 겨냥한 산비탈에 있고 오가산으로부터 서쪽으로 대오가산, 소삼각, 대삼각, 대판령에까지 뻗어있으며 남쪽으로는 수류봉초소에까지 줄곧 뻗어있다.
쏘련군이 연변을 해방한후 일본군 요새를 폭파해 없애기 시작하였는데 오가산을 폭파해 없애는데도 한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의연히 전부의 굴어구를 막지 못하였다.
이 일본군 요새를 파느라 얼마나 많은 민공들이 동원되였고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는지 모른다. 오가산 흑정자촌 장도록로인의 회억에 의하면 산동에서 모집해온 민공이 매차에 3000명에 달했는데 10여차나 지속되였다고 한다.
왜놈들의 지나친 야망은 도마뱀이 코끼리를 삼키려는 격으로 어림도 없는것이였다. 죄는 지은데로 간다고 우리 민공들의 피눈물로 얼룩진 그처럼 방대한 군사시설은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그놈들의 패망으로 끝장을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아베정권은 2차세계대전기간 조선과 중국인민을 비롯한 아시아 인민에게 지은 죄를 심각히 반성할 대신 일본의 극우세력을 긁어모아가지고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남경대학살》마저도 그 무슨 《허위, 과장, 날조》이니, 《위안부는 그 어떤 나라에도 다 있었다》느니, 《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나라는 오히려 원자폭탄에 의해 막대한 희생을 낸 일본이다》느니 하면서 떠벌이고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고 후안무치한 망언이다.
훈춘경내에 있는 상술한 군사시설들은 오늘까지 그대로 보존되여있다.
이 천연력사기념관이 바로 왜놈들의 하늘에 사무치는 죄악에 대한 소리없는 공소이고 왜놈들이 덮어감출래야 감출수 없는 철같은 죄악의 증거이다!
불망국치(不忘国耻),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일제의 눈치를 살피면서 국경의 벽을 넘던 우리 민족 피눈물의 력사를 우리 어찌 잊으랴!
온고지신(温故知新), 지나간 력사란 오늘의 현실을 비추어보는 귀중한 거울이다!
/양봉송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