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숫자 18과 88을 용기에 새겨넣은 세제가 ‘히틀러 코드’ 논란 속에 전면 판매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2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는 독일에서 발매한 세제 ‘아리엘’의 용기와 상자에 등번호 18, 88번을 단 독일 대표팀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독일에서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1은 A, 8은 H를 의미하며 18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88은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를 뜻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은어로 알려져 있다.
세제 용기에는 숫자가 용량이 늘어나면서 사용 횟수가 18회, 88회로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설명돼 있었지만, 독일 소비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세제 사진을 게재하면서 “무슨 의도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리엘 세제를 언급하면서 “불쾌하다”고 비판한 트위트는 460여 차례 리트위트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광고 카피인 ‘새로운 초점(New concentration)’이 나치 강제수용소(Nazi concentration camp)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게르만족을 뜻하는 아리안(Aryan)과 유사한 아리엘이라는 세제 이름이 독일 대표팀 유니폼에 선수 이름으로 쓰여 있다는 점까지 도마에 올랐다. 히틀러의 게르만족 우월주의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P&G는 용량 증가를 광고하기 위해 숫자를 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P&G는 “오해를 초래해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는 명확하게 극우 사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나치를 찬양하거나 나치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히틀러의 초상화가 그려진 머그컵을 판매하려던 가구체인점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판매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