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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대량살상무기”… 美, 외교국방전략 다시 짠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5.21일 02:31

존 케리 美 국무장관, 새로운 ‘행동 계획’ 수립 공언

미국이 전 세계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중대한 국가안보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16명의 퇴역 장성 및 제독으로 구성된 ‘해군분석센터(CNA) 군사자문위원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와 가속화하는 국가안보 위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홍수와 길어지는 가뭄, 해수면 상승과 이로 인한 거주지 파괴, 식량 부족이 세계적 불안정과 갈등의 촉매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냉전시대 소련에 대한 봉쇄와 핵 위협 제어에서 범지구적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수십 년간 직면했던 어떤 도전만큼이나 기후변화는 이제 심각한 위험이 됐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국방부 관리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국제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행동 계획(action plan)’의 수립을 공언하고 있다.

◇아시아, ‘가능성’만큼이나 높은 ‘기후 위험’=미국은 두드러진 경제적 활력과 발전 가능성 등을 들며 아시아를 자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이해가 걸린 지역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아시아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세계 20개 대도시 중 15곳이 아시아에 있으며 그 대부분이 해안가나 강 하구 삼각주에 위치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40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전체 인구 중 40%가량인 16억명이 해안에서 72㎞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더욱 빈발하고 강력해진 폭풍우, 그로 인한 홍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동부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의 메콩 삼각주 등 저지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10%가 해발 1m 이내의 저지대이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해안을 초토화시킨 태풍 하이옌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가공할 재앙을 보여줬다.

심지어 대표적인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공 모델인 싱가포르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토가 해안 저지대라는 점에서 향후 싱가포르는 더 많은 폭풍과 강수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이에 대처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경제적인 충격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 안보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

아시아가 직면할 또 다른 위험은 물 부족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인도차이나 등은 히말라야 산맥을 포함한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는 하천이 주요 식수원이다. 하지만 온난화로 티베트 고원의 빙하가 이미 녹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2050년쯤 광대한 아시아 지역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다.

◇현재 진행형 아프리카 물·식량 부족=미국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는 다른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아시아의 기후 위험이 그나마 ‘미래 진행형’이라면 아프리카는 ‘현재 진행형’이다. 벌써 많은 나라가 기근과 종족 간 분쟁·내란에 휩싸였다.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앙골라, 나이지리아, 카메룬, 서부 사하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인종학살, 테러, 종족갈등, 정정불안 등 혼란의 상당 부분이 물 부족과 농경지 급감 등 환경 변화에서 초래된 것이다.

겉으론 종족 간 분쟁으로 보이지만 30만명의 인명이 희생된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도 기후변화로 인한 농경지 감소가 방아쇠가 됐다. 2012년 이후 말리에서 과격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발흥한 것도 가뭄으로 인한 사하라 사막의 확대와 이로 인한 농경지 부족과 관련이 깊다.

기후변화로 인해 아프리카가 직면한 도전은 매우 심대하며 이는 현재 가장 안정적인 정부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보고서 예상대로 ‘실패한 정부’가 계속 증가할 경우 아프리카는 인종학살과 국제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2008년 중부사령부, 유럽사령부, 태평양사령부가 분담하던 아프리카 대륙을 전담하기 위해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창설한 것도 역내의 증대되는 위험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미칠 악영향을 인식한 때문이다.

◇미국의 대응=케리 국무장관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미국의 외교환경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올여름 기후변화와 국가안보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대량살상무기(WMD)”라고 말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의 연설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협력’이 미국의 주요 외교정책 목표로 격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 공조, 기후 재앙에 대비한 국제적 비상대응체계 마련, 기후변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발표한 ‘2013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미 국방부도 “기후변화로 인한 빈곤, 정치적 불안정, 사회갈등 등이 테러 활동과 다른 형태의 폭력을 조장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NA 보고서 저자로 참여한 조지프 로페스 퇴역 제독은 “일부에서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집중해야 하며, 기후변화는 수십 년 이후에나 주요한 전략적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틀렸다”면서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군의 전략적 자원 재분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혼란이 가속화하는 아프리카 대륙에 더 많은 군사력이 배치될 수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 태평양사령부(PACOM)의 주요 책무에 ‘기후변화 재앙 대비와 구조’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온난화로 북극해 항로가 열리고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현재 북부사령부(NORTHCOM)와 유럽사령부(EUCOM)로 나눠진 북극해 지역 관할권을 단일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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