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고노(河野)담화 검증 등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면서 책임 회피를 시도하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 대해 책임인정 및 사과가 미흡하다고 공개비판해 주목된다.
17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개최된 일본 정부 심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사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위안부를 지칭할 때 강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지난 2008년 심사에서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과 보상 등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위원회에 참석한 일본 정부 대표단이 회의 석상에서 “성노예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일본 정부 대표단의 야마나카 오사무(山中修) 외무성 인권인도과장은 15일 2008년 심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성노예 관행’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또 “위안부 문제를 성노예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위안부가 노예조약의 정의에 맞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를 검증해 담화의 취지를 훼손한 데 이어, 강제성과 폭력성을 보여주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부정한 것은 정부 차원의 사죄 및 배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노예라는 표현은 1996년 2월 유엔인권위원회가 고노담화를 검증해 발표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를 시작으로, 지난해 고문금지위원회의 최종 견해 등 유엔 공식 문서에서 통용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2012년 재임 당시 미국의 모든 문서와 성명에 위안부를 ‘강제적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로 표현해야 한다고 지시했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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