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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 증세’ 큰 망신 당해도 재발률 높아

[기타] | 발행시간: 2014.08.24일 04:10

일러스트 김회룡기자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 행위가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있다. “나라 꼴이…”란 탄식과 “정신병자”란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국격’이나 ‘정신병’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용천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출증 같은 성(性)도착증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 등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며 “선진국에서도 저명인사나 부유층이 성도착증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들의 비정상적 행위는 이성을 뛰어넘는 것이 보통이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큰 망신을 당해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재범이 많은 것은 그래서다.

행동 양식도 조금씩 다르다. 이른바 ‘바바리맨’도 공공장소에서 성기 노출만 하는 사람이 있고 자위행위까지 해야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성 생활에선 발기부전 상태이다가 남들이 볼 때 자위행위를 하면 발기가 되는 사람도 있다”며 “어릴 때 성적인 트라우마(외상)가 있었거나 성(性) 상대는 많지만 이들에겐 성적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적인 트라우마의 단적인 예는 어릴 때 부모의 외도를 목격했거나 성적 학대를 받은 경우다.

심리적 갈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200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아메리칸 뷰티’에선 미국 중산층 가정의 남편(케빈 스페이시)이 딸의 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공장소에서의 행위는 아니지만 영화에선 가족 간의 갈등을 그 원인으로 그리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자신의 이상 행동을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힘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스트레스와 노출증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다 일탈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바바리맨’ 같은 노출증은 성도착증(paraphilia)의 일종이다. 의학적으론 ‘반복적이고 강렬한 성적 각성·환상·욕구·행동으로서 본인이나 상대에게 고통·모욕감을 주고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성도착증으로 진단된다.

성도착증은 흔히 노출증, 여성물건애(여성의 물건에 대해 흥분), 소아 성애증(소아 기호증), 관음증(觀淫症), 새디즘(성적 가학증), 마조히즘(성적 피학증), 의상도착증(여성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는 것), 접촉 도착증(상대의 신체 일부분에 몸을 문질러 쾌감이나 성적 흥분을 얻는 것) 등 8개의 유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3~4가지 이상을 함께 보이는 사람도 상당수다. 일반적으로 관음증이 가장 흔하고, 노출증·여성물건애 순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가 가장 힘들고 재범률이 60% 가량 되는 것이 아동에게 성욕을 느끼는 소아 기호증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성도착증을 정신병으론 분류하지 않는다. 노이로제(신경증)의 일종으로 본다. 현실감각이 마비되고 망상에 빠지는 정신병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노출증 환자는 상대를 해치진 않는다. 상대가 쫓아가면 대부분 겁을 내며 도망간다. 박용천 교수는 “일반인도 일부 유형의 성도착 기질을 조금씩은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는다”며 “상태가 심하고 지속적인 사람만 성도착증 환자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현 단계에서 김 전 지검장이 성도착증 환자인지는 판정하기 힘들다. 권준수 교수는 “노출증은 성기 등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쾌감을 얻는 것”이며 “김 전 지검장이 어두운 곳에서 외부 자극을 통해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 노출증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신과 상담을 거쳐야만 치료가 필요한 병적(病的)인 상태인지 판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도착증 환자가 제 발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꼭꼭 숨은 병’이란 뜻이다. 전문의 경력 30년째인 박용천 교수도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아 치료한 경험은 없고 뭔가 사고를 저질러 법적으로 문제가 된 후에 몇 명 만나 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성도착증은 평생 계속되진 않지만 만성적인 질병이다. 성도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처벌 받지는 않지만 이런 욕구를 밖에서 타인을 향해 행동으로 옮기면 불법이다.

성도착증 치료의 첫 단추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것이다. 김 전 지검장은 “(본인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채정호 교수는 “어릴 때의 성적 트라우마가 원인이라면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료를 한다”며 “남다르게 태어난 기질적인 문제이거나 원인 불명이거나 어떤 성적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사람이라면 치료가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노출증 등 성도착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없다. 소아 기호증 환자에 대해선 ‘화학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래서다. 권준수 교수는 “대개는 의사가 면담을 통해 어릴 적의 성적 트라우마 등 환자의 심리 상태를 확인한 뒤 현재의 일탈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문제를 찾아내 알려준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치료”라고 소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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