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가을 야구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황. 여기에 팀 내분 사태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까지 전해졌다.
하나로 똘똘 뭉쳐 싸우고 있다고 믿으며 목청껏 응원했던 팀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선수들은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 편을 나누고 패를 갈라 팀 내부에서 먼저 싸우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뒤늦게 “사실과 다르다”,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상처난 가슴은 치유될 수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신임 감독을 임명했다. 이종운 감독. 합리적이고 선한 인물이다. 선수들과도 무리 없이 잘 소통해 왔으며 이전 롯데 코치 시절 비주류임에도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킨 경력도 갖고 있다. ‘무난한 인사’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다시 침묵 모드다. 팬들은 집회를 열고 삭발을 하는 등 울부짖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
롯데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각계의 의견도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답도 빨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 근저엔 ‘팬들이 하라는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거나 ‘팬들이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는 억울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팬들이 하자는대로 다 할 순 없다. 그러나 놓쳐선 안될 것이 있다. 진정으로 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팬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구단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강력한 자이언츠’ 아닐까.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까지 꼽혔지만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그것이 단순히 김시진 전 감독만의 문제였는가?
게다가 롯데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이제 내년이면 무려 23년째가 된다.
왜 이렇게 팀 전력이 허술해졌는지 책임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롯데가 해야 할 고민은 이 사태를 어떻게 넘길것인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강팀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여야 한다.
지금 이 시간, 경쟁팀들은 벌써 2015시즌 패권을 향해 출발했다. 한화는 그룹이 직접 움직여 김성근 감독을 영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양상문 LG 감독은 직접 도미니카로 떠나 에이스 리즈의 몸 상태를 점검한다고 한다. 꼴찌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이끈 감독이 이 처럼 마음이 급하다.
비전을 못 찾아 휘청이던 KIA마저 김기태 감독을 영입 ‘형님 리더십’이라는 방향이라도 설정했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 아무 것도 없다.
누가 그만두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분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보다 중요한 책임은 22년이나 우승하지 못한 팀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다. 그럴 시간에 경쟁 팀들은 벌써 저 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악수하는 사진 몇 장으로 ‘갈등 봉합’이라 포장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22년 무관이라는 초라한 결과는 롯데 자이언츠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어찌 “난 잘못 없다”고 큰 소리칠 수 있는가.
아직 반격의 기회는 남아 있다. 그 시발점은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이어야 한다. 원만한 감독 선임해 두고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더 큰 역풍이 롯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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