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거대 중국 자본의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사 인수와 제작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국내 제작 핵심 인력 스카우트, 공동 제작, 제작사 경영권 인수나 지분 참여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한·중 FTA 타결로 투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제작 인력 및 노하우가 중국으로 계속 유출되면 국내 문화산업 자체가 중국 자본에 휘둘리고, 결국 한류 콘텐츠의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방송 제작사들이 유명 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한국 제작진을 속속 영입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이들이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 <지인단신재일기>와 <봉신연의>는 최근 중국 전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은 국내 대형 제작사와 연예기획사들도 중국 자본에 잠식되고 있다. 배용준, 김수현씨 등 한류 배우들의 소속사 키이스트의 2대 주주는 중국 기업 ‘소후닷컴’이다. 중국 자본의 이 같은 ‘싹쓸이’는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게임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기획력과 창의력을 돈으로 사겠다는 속셈이다.

　　문제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거나, 제작인력의 중국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제작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작사 입장에서 중국 자본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방송사의 ‘갑질’과 제작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방송사 편성을 받기 어려운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동 제작은 중국 진출의 유일한 대안이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 제작사들은 중국 드라마 제작 대행사 또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을 확보한 중국만 자국과 세계시장에서 이익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한류가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역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업할 수 있는 상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베끼기가 성행하는 중국에서 저작권 보호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드라마 등 우리 콘텐츠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팔리고, 그 자본이 다음 콘텐츠에 투자돼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출처: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