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셩수이 역에서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보따리상들 (사진: RTHK)
[홍콩타임스 박세준 기자] 13일부터 선전(深圳) 주민의 홍콩 방문 횟수가 주 1회로 제한된다. 이는 갈수록 악화되는 중-홍콩간 주민감정을 완화시키고 일부 본토 '보따리상'을 제한할 목적으로 판단된다.
렁춘잉(梁振英) 장관은 지난 12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항을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당일부터 즉시 발효되며, 이미 발급된 복수비자에 한해서는 변동 없이 당일 횟수 제한 없는 방문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본토 도시들 가운데 유일하게 선전시만이 주민들에게 당일 방문에 한해 홍콩 방문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복수비자를 발급해 왔다. 이 덕분에 작년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6,080만 명 가운데 1,490만 명이 선전에서 발급된 복수 비자를 통해 홍콩에 입경했다.
렁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정부는 지난 6월 중앙정부에 복수비자 발급을 주 1회 방문비자로 개정할 것을 건의했다”며 “중국 관광객들의 해외 방문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중앙정부로서도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으나 홍콩의 (관광객) 수용 능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현재 홍콩과 선전을 오가며 홍콩의 생필품을 비싼 값에 대륙에 재판매하는 보따리상(水貨客)들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렁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보따리상을 직업으로 하는 업자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 분명히 밝혔다. 홍콩에서는 분유, 기저귀 등 유아용품과 유제품 등 일부 상품을 사재기해 중국 본토에서 비싼 값으로 되파는 보따리상들이 많아 물건이 동나거나 가격이 오르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그러나 본토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소매업계에서는 제한조치가 병행수입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없음은 물론 오히려 병행수입과 관계 없는 본토 관광객들의 홍콩 방문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보따리상 중 상당수가 홍콩 거주권을 가진 홍콩 주민이기 때문이다.
현지 영자 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보따리상의 약 60%는 홍콩인이라고 한다. 소매업계에서는 “선전 주민의 방문을 제한하면 더 많은 홍콩인들이 병행수입 일을 하게 돼 병행수입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렁 장관은 “적지 않은 홍콩인이 보따리상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무사(政務司)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홍콩인을 포함한 모든 병행수입을 엄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업계와 소매업계는 이번 조치가 주춤거리는 홍콩 관광업계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올해 들어 홍콩 소매업 경기는 계속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고,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명품 및 고가 귀금속 업계는 시진핑 정부의 엄중한 반(反)부패 정책의 영향으로 이미 한 차례 철퇴를 맞은 바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렁 장관은 기자회견 말미에서 “홍콩은 관광도시이고 중국 본토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홍콩에 관광 오는 것을 환영한다”며 “상무국, 경제발전국 및 관련 부서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관광업 진흥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