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 반경 늘어나
은평·노원·인천 등 주변서
영화관 많은 중심부 이동
편의시설·서비스 분배 시급
경기 구리시에 사는 계옥희(여·65)씨는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 종로나 강남 지역을 자주 방문한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30분 안팎이면 목적지까지 도착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 씨는 “굳이 집 근처에만 머물러 있기보다 서울 중심가에서 소비·문화생활을 즐기며 비슷한 연령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도시권(서울·인천·경기)에 사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주요 통행 목적지가 서울 도심과 강남권에 편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 기대수명과 건강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고령자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활동반경을 넓히는 쪽으로 노인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서울연구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울대도시권 고령자의 출발지와 목적지 간 통행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은평이나 노원 등 서울 주변부나 인천, 경기권에서 서울 도심(중구·종로구)과 강남권(강남·서초·송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구원은 교통카드나 현금을 이용해 버스를 타거나 정기권, 1회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령자에 대한 2010년 수도권 대중교통 통행 전수자료를 동원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고령자들은 주로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구직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는 쇼핑이나 문화생활 등을 즐기기 위해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을 찾았다. 노인들은 도보로 거주 지역 인근에서만 머문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특히 고령자 연령이 높고 여성일수록, 아파트에 거주하고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통행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한 횟수를 분석한 결과 도착지별로 중구(5350회), 강남구(5042회), 종로구(4755회) 등 순으로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고령자라도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거주지를 벗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버 영화관이나 카페 등 서울 중심부에만 편중된 노인 관련 시설이나 서비스 등의 고른 지역 안배가 시급하다고 연구원 측은 지적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