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2TV '청춘 익스프레스' 영상 캡처
'청춘 익스프레스'가 한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번 바뀌는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31일 오후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청춘 익스프레스'가 첫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삿짐센터를 배경으로 의뢰인의 이삿짐을 나르며 물건에 담긴 추억과 사연을 듣는 시트콤과 버라이어티가 결합된 신개념 예능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트콤도, 리얼 버라이어티도 아닌 다소 정체성이 애매 모호하다는 평가다. 또 포맷이 갑작스럽게 바뀌며 정신없는 전개가 이어진다는 아쉬운 평도 나왔다.
배우 신구가 시트콤 포맷에서 연기를 펼칠 때는 잠시 집중도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시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으로 변한 뒤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는 반응과 함께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이날 베일을 벗은 '청춘 익스프레스'는 시트콤으로 문을 열었다. 새로 이삿짐센터의 사장이 된 신구가 개업식에서 후배 연기자들에게 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 이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라는 주문으로 시작됐다.
후배들은 윤다훈·수빈·성규 팀(이하 윤다훈 팀)과 김뢰하·유민상·손진영 팀(이하 김뢰하 팀)으로 나눠 이사를 도울 집을 찾았다. 이 장면부터 포맷은 돌연 리얼 버라이어티로 바뀌었다.
윤다훈 팀은 악취에 엄청난 초파리가 사는 집을 방문하고는 "이게 뭐야"라며 연이어 비명을 질렀다. 이어 싱크대에서 구더기까지 발견되며 세 사람은 패닉에 빠졌다. 집 주인은 개그맨 정찬민이었다.
김뢰하 팀은 모델 김경진의 집을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집을 찾은 김뢰하 팀은 빅사이즈 옷과 란제리, 수갑, 기모노 등을 발견한 뒤 집 주인이 에로배우일 것이라 추측했고, 이삿짐을 싸다 미모의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두 집의 주인이 밝혀진 뒤에는 각자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며 감동을 담아내려 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코너 '황해'로 주목을 받았던 정찬민은 "'개그콘서트'를 1년 정도 쉬었다"며 "그동안 내가 개그를 열심히 안 짠 것도 있다"고 자책했다. 또 정찬민은 갑작스럽게 어린 시절 개그맨의 꿈을 갖게 해준 선배 개그맨 이홍철의 영상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경진은 "7개월 동안 23kg를 감량했다"며 "전 남자친구가 살이 쪄도 예쁘다고 했는데 막상 살이 찌자 헤어지자고 하더라"고 상처를 털어놨다.
두 사람의 사연이 소개된 뒤 프로그램은 다시 시트콤 포맷으로 돌아왔다. 출연진은 추억의 물건을 하나씩 가지고 이삿짐센터에 모였고, 김뢰하가 가져온 팔찌에는 손으로 무언가를 던지면 원하는 곳에 꽂히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청춘 익스프레스'는 시트콤에서 리얼버라이어티 그리고 다시 시트콤으로 포맷을 바꾸며 재미를 시도했지만 보는 이들이 이해하고 적응하기엔 다소 이질감이 없지 않았다.
아직 2회 방송 분량이 남아있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날 첫 회로 본 '청춘 익스프레스'는 시트콤도, 리얼버라이어티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옷을 입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춘 익스프레스'가 남은 2회 방송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 향후 호평을 얻어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다겸 기자 dk0114@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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