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몇년 전의 한국처럼 현재 중국에서도 조기 유학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의 조기 유학 붐이 일고 있는 배경으로는 경제 수준 향상으로 인한 조기 유학생의 수적 증가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은 중국의 치열한 '입시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있다. 중국은 오로지 필기 점수로 평가하는 가오카오를 치뤄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1년에 한 차례에 불과한 이 가오카오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주 지역에 따라 주어져, 출생지에 따른 불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중국에서의 4년제 정규대학 입시는 결코 녹록지 않다. 매년 중국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 학생은 약 900만 명이지만, 대학 입학정원이 260만 명에 불과하다. 즉 대학 입학률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조기 유학이 국내 입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이 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대입 시험인 SAT는 1년에도 수차례 볼 수 있고, 미국대학의 경우 SAT 성적 외에 추천서와 학생들의 학교생활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중국의 학생들은 고1, 2학년 시기에 조기 유학을 결심한다. 그동안의 학교 성적 등을 판단해 국내 대입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학부모는 자녀의 유학 준비를 시작한다. 그래서 베이징시의 경우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을 전후해서 한 반에 많게는 7~8명이 조기 유학의 길을 떠난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가오카오를 인정하는 해외 명문대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최근 전세계 2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40개 대학에서 가오카오를 공인 성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은 올해 5월 중국인 학생들이 가오카오 성적표를 제출해 입학을 신청 후 면접만 통과하면 토플 성적이나 SAT 없이 입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가오카오 성적표로 입학을 신청할 수 있는 대학은 최소 5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해외 조기 유학을 통해 상황을 도피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입시 제도'의 병폐를 피하려는 생각에 '해외로 해외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조기 유학의 원인이 '입시 제도' 때문이라는 인식이 큰 만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며 "지나친 학구열을 가라앉힌 일본의 '유토리(ゆとりㆍ여유)' 교육처럼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사고력, 표현력, 인성 교육을 위주로 한 교육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