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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눈속의 민들레/최영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5.04일 14:31
(녕안) 최영란

겨울하면 눈이 있어야 제격이련만 올해는 첫눈이 내려서 오래동안 돈을 주고도 눈을 찾아 볼수 없어 마음이 다 불안했다. 눈을 그토록 즐기는 나는 눈없는 올겨울이 너무도 지루하여 가끔 짜증이 났다. 그래서인지 첫눈이 내리던 그날이 그냥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고장은 립동이 지나 꼭 여드레만에 첫눈이 내렸었다. 예전과 같이 나는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큼직하게 그려놓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 첫눈을 밟으며 철길을 따라 강변을 따라 정처없이 거닐면서 복눈을 만끽했다. 친구의 부탁으로 늦가을부터 민들레을 찾아 헤매던 나는 지금도 민들레가 있을가 하고 걸으면서 길녘을 샅샅이 훑었다. 홀연 철길 둔덕에 잡초가 말라 우거진 검불속에서 파란빛을 발견했다. 하얀 눈이 살포시 덮어준 마른 풀속에 새파란 민들레가 얼굴을 빠금히 내밀고있었다. ‘아니, 이 추위속에서도…’ 나는 환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해해년년 땅이야 비옥하든 척박하든 관계없이 뿌리내려 잘 자라주는 민들레이다. 비록 겉잎은 많이 말라버렸지만 살짝 녹은 눈물에 씻긴 민들레는 너무너무 어여뻤다. 이쪽저쪽 살펴보니 큼직큼직한 민들레가 꽤나 많았다. 칼로 뚜지기만 하면 금방 캐낼수 있을것 같아 래일은 나물칼을 가지고 와서 캐야지 하면서 흥이 나서 코노래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귀로에 어쩐지 자꾸 그 민들레가 눈에 밟혔다.이 추운 겨울에도 하얀 눈속에서 청정의 빛을 뿜고있는 민들레가 꼭 그 누구를 닮은듯 하여 가슴이 다 훈훈해났다.

  홀연 3년전 우리말 신문 신인문학상을 성원하셨던 한 고령의 퇴직교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기업가도 아니고 사업가도 아니신70여세 로교원이 자신의 얇다란 월급을 아끼고 아들딸이 주는 소비돈을 아껴 문학 신인들을 격려해주었던 그 고마운 마음을 잊을수가 없었다. 로익장이라고 선생님께서는 단편소설집 한권을 펴내시고 지금도 종종 글을 쓰시는데 그 열성과 노력이 참 부럽다. 아마 그래서인지 그분이 쓴 글에 눈길이 먼저 가군한다. 바로 저 하얀 눈속에 피여난 민들레처럼 항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꿈과 희망찬 미래를 선물하고 있는 그 모습… 온몸에서는 새힘이 솟는듯 했다.

  이튿날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간밤에 거위털같은 함박눈이 꽤나 많이 내려 산과 들을 은빛으로 단장하였다. 그래도 나는 약속대로 나물칼을 찾아들고 철길로 나갔다. 솜이불을 덮은 민들레는 오늘도 천상의 파란색을 잃지 않고 새하얀 눈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땅이 얼어서 캐기는 무척 힘들었으나 나는 너무도 신기하여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민들레를 캐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흙이 너무도 단단하게 얼어붙어 뿌리까지 캘수 없고 잎사귀 몇잎만 뜯어낼수 있었다.그래도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이제 봄이 오면 저 뿌리에서 새싹이 무성하게 돋아나 온 들판이 푸르청청하게 물들것을 련상하니 은혜로운 대자연이 더없이 감사했다. 살얼음이 간 야들야들한 노란속잎과 파란잎은 해빛을 받아 신비롭게 령롱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광주에서 사업하시는 흑룡강출신의 퇴직교원 부부 그분들도 뿌리 깊은 민들레였다. 우리 민족문화발전을 위하여 손이 크게 후원사업을 꾸준히 해오신 지성인들이다. 그들은 명예나 직위를 바라는것도 아니고 다만 민족의 문화발전에 자신들의 저그마한 힘이나마 보태려는 뜨거운 마음 하나뿐일것이다.

  너무도 가난하게 살았던 선생님부부는 시대의 혜택으로 돈을 좀 벌게 되자 한생의 소원이신 문학을 잊지 않고 글쓰기를 견지하시여 10년여사이에 네권의 작품집을 자비로 출간하여 고향의 문우들과 도서관들에 기증했을뿐만아니라 선뜻 거금을 내여 가난한 문우들의 책 출판을 돕거나 우리 신문의 작품응모를 협찬하기도 했다. 그들의 푼푼한 마음이 바로 저 눈속의 민들레처럼 우리 사회에 푸르른 생기와 따뜻한 삶의 힘를 북돋아 주고있지 않는가.

  요즘 우리 이곳에는 련며칠째 눈이 많이 내려 쌓였다. 오늘도 보슬보슬 싸락눈이 조용히 내리고있다. 이제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단잠에서 깨여난 민들레가 산과 들에 가득 피여나 아름다운 꽃들을 활짝 피우며 세월에 주름진 얼굴들에 행복한 웃음을 담뿍 안겨주리라. 이 봄에 나도 ‘민들레 아저씨들’처럼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으로 조바심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눈속에 소담하게 피여난 민들레를 그리면서 청신한 봄향기와 구수한 풀내음을 한껏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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