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백초현 기자 = ‘장영실’ 출연 배우들이 미친 연기 대결을 펼치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에 허투루 볼 배우 하나 없는 명품 대하사극의 위엄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지난 23일 밤 9시40분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연출 김영조) 7회에서는 역모 죄로 잡혀 사형을 선고 받은 장영실(송일국 분)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장영실은 태종(김영철 분)이 이미 천문석각에 새겨진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우보집을 이천(김도현 분)에게 건넸다.
장영실이 위기에 처하고, 태종과 충녕(김상경 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이 빚은 환상의 앙상블은 50분을 빠르게 재촉했다.
'장영실'이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미를 배가 시켰다. © News1star/KBS1 '장영실' 캡처
이날 태종은 아들 충녕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왕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고려 부흥을 기원하는 세력을 처단하며 적극적으로 왕권강화의 뜻을 내비쳤다. 본격적인 밭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충녕은 아버지인 태종과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사람의 대립은 극중 아버지와 아들, 왕과 세자의 대립이 아닌 배우 대 배우의 연기 대결을 엿보게 했다. 태종은 왕자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백성을 위해 피눈물을 감수하고 내 형제들의 목숨을 가져왔다. 한 나라의 왕은 그러한 고독한 결정을 내리며, 의연하게 할 일을 하는 자리”라고 읊조렸다. 이렇듯 김영철은 태종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슬픔을 일렁이는 두 눈에 담아 표현했다. 그는 강인하지만 따뜻한, 의연하지만 슬픔으로 가득 찬 태종을 그려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한차례 태종과 세종을 연기한 바 있는 김영철과 김상경은 이견 없는 연기로 보는 이들마저 숨죽이게 했다. 어느 한 쪽이 옳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각자의 입장을 오롯이 그려내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김상경의 충녕도 김영철이 그려낸 태종 못지않게 강단이 넘친다. 그는 백성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지, 그를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모든 결정을 내린 듯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송일국은 어떠한가. 그의 연기는 매 순간 빛났다. 억울한 옥살이는 물론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송일국은 장영실의 분노를, 억울함을, 슬픔을, 허망함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냈다. 그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장영실의 감정을 오롯이 얼굴에 담아 그려내고, 목소리에 녹여 표현하고, 손짓을 통해 전달했다. 이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는 충분히 즐겁다. 덕분에 시간을 더 빨리 흐른다.
뿐만 아니라, 이천 역의 김도현은 올곧은 충신의 면모를 드러내며 충녕과 장영실 사이를 끈끈하게 연결 지었다. 극 초반 송일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장희제 역의 이지훈 역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이지훈은 장영실을 향한 연민을 드러내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감정 연기로 간만에 끈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이처럼 허투루 볼 배우 하나 없는 ‘장영실’은 역사 자체가 스포이지만 꿀잼을 선사하며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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