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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 없지만, 나는 부패하지 않았는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3.07일 08:44
작성자: 리홍규

  (흑룡강신문=하얼빈) 대학시절 여름방학에 집에 가니 부모님께서 집에서 기른 돼지를 잡겠다고 했다. 8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시골에선 집집마다 거의 돼지를 한두마리씩 길러 공소합작사에 팔아 용돈을 장만했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 돈으로 나와 누님이 대학공부하는 학비를 얼마간 해결했었다. 부모님께선 그때 누님이 이미 중등전문학교를 졸업해 월급쟁이가 되였으니 부담도 적어졌는지라 돼지를 잡아 고기도 실컷 먹고 나머지는 팔려고했던것 같다. 문제는 계절이였다. 겨울이라면 고기를 헛간에다 얼궈놓고 천천히 먹든지 팔든지 아무래도 괜찮은데 냉장고도 없던 그시절 무더운 여름철에 200근도 넘는 돼지고기를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그러건말건 부모님의 계획대로 아침일찍 돼지를 잡아엎었다. 한마을에 사는 큰집과 고모네 그리고 평소 신세 많이 진 누구누구네 집에 줄걸 떼어놓고 동네사람들이 찾아와 두근 서근씩 사갔는데도 고기는 꽤나 많이 남았다.

  점심을 먹고나자 나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수 없었다. 집에 앉아 나머지 고기가 다 팔리기를 기다리기엔 날씨가 너무 무더웠다. 나는 서둘러 밀차에 돼지고기를 싣고 동네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본툰을 돌고나서 서툰으로 향했고 사오리밖의 남툰까지 갔다. 남툰은 내가 어려서부터 별로 다니지 않아 어느 골목에 누구네가 사는지도 잘 몰랐지만 그들은 이게 아무개네집 대학간 아들이 아니냐고 반가워하며 고기를 사갔다. 그렇게 긴긴 여름해가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일때 나는 빈 밀차를 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뙤약볕에 밀차를 끌고다니며 연신 땀을 닦아내던 신고스러움보다 고기를 다 못 팔면 어쩌나, 이 무더운 날 하루밤새에 다 상해버릴건데 하던 두려움과 불안감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고기류나 음식물이 썩거나 맛이 가는 걸 상한다고 한다. 같은 뜻으로 부패라는 단어가 있다. 그러나 그때는 부패라는 말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부패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현재 중국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키워드(关键词)를 꼽으라면 부패라는 단어가 1, 2위를 다툴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제 부패라는 말에 너무나 익숙해져 이 단어에 무감할 정도다.

  18차당대표대회이래 반부패전역이 본격적으로 펼쳐진후 붙잡혀나온 부성장급이상 “큰 호랑이”들만 백명이 넘는데 거의 일주일에 하나꼴이고 청장급 “호랑이”는 올 7월달까지 무려 884명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중앙기률검사위원회부서기가 네티즌들과의 교류에서 밝힌데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매일 평균 396명 공직자들이 법망에 걸려든다고 한다. 탐오수뢰 액수도 언녕 억단위를 초과해 이젠 천만원짜리가 나왔다해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을 정도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부패현상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토록 부패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수 없다. 하지만 전사회적으로 만연된 부정부패가 우리 개개인의 삶에 구경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우리는 또한 구경 어느 정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사실 부정부패가 나 개인과 나의 가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않는한 지금 사회가 이런데 별수 없지뭐, 하는 식으로 한탄하고 마는데 습관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부정부패의 산생에 동조하고 협조하며 살아왔다. 그렇지 않은가? 례컨데 무슨 일에 부딪치면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사람을 찾아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이다. 권력은 어디까지나 소수의 사람들에게 쥐어져 있기 마련이다. 부정부패는 분명 그 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군가가 저지른 것이지만 그 누군가는 또한 분명 절대다수 백성들 가운데의 일부 사람들이 방임하고 키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민백성은 작은 부패를 만들어내고 작은 부패는 더 큰 부패를 만들며 그렇게 층층이 올라가면서 “큰 호랑이”들을 키워내는게 우리 사회의 부패산생 궤적이 아닌가 싶다.

  물론 부정부패의 산생요인은 정치체제와 권력의 구조 등 여러가지로 분석돼야 할것이다. “권력을 제도의 우리에 가두라”는 습근평주석의 말씀도 결국은 체제와 구조적인 측면에서 제시한 반부패의 조치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부정부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이상 반부패는 나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할때가 많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결코 홀로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회뢰가 있으니 수뢰가 있는 것이다. 부정부패의 뒤면에는 그것이 행해지면서 리득을 챙긴 군체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또 나의 직접적인 리익에 손상주지 않았으면 보고도 못본체 알아도 모르는체 묵인해온 더욱 광범한 군체가 있다. 부정부패가 성행하면 공평과 공정이 사라지고 사회 제반 질서가 무너지게 되는바 그 피해는 결국 부정부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가장 광범한 대중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부패란 말그대로 썩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과 령혼이 이미 썩을대로 썩었거나 한창 썩어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럼 왜 썩었는가? 돼지와 돼지고기를 살펴보면 그 근원을 찾아볼수 있을것 같다. 돼지는 눈앞의 먹이만 보고 산다. 그러나 아무리 미련한 미물일지라도 주는대로 눈에 보이는대로 다 잡수고 배터져 죽는법은 절대 없다. 배터져 죽을 지경인데도 더 달라고 소리 지를 미물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대로 팽창될수 있다. 다행히 인간은 그런 욕망에 제동을 걸줄 안다. 내적으로 그것은 한 인간의 도덕과 신념이 작용하고 외적으로 제도와 법을 만들어 감독하고 제재를 한다. 이런 제동과 장치가 있기에 인간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런 두려움은 인간으로하여금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존엄 그리고 신성함을 지키도록 만든다. 그러나 감독과 제재가 허술하거나 권력의 힘이 그런 감독과 제재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릴때 인간은 두려움이란걸 모르게 된다. 그런 두려움이 없을때 인간은 욕망이 무한대로 팽창돼 곧 짐승보다도 못한 비인간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게 무더위에 방치된 돼지고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고마는 것이다.

  그 무더위의 실상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환경이다. 우리 개개인이 만들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세상은 갈수록 유혹이 넘쳐나고 물욕이 팽창한다. 금전사회에서 사람들은 성공이요 뭐요 하는 미명하에 곧잘 욕망의 노예로 전락되고 만다.

  부정부패가 악의 꽃이라면 그 꽃은 절대 하늘공중에서 홀로 피어난 것이 아니다. 하나의 깊은 토양층이 온상으로 돼주었기에 피어날수 있었다. 보기에 깨끗한 그 온상도 파헤쳐보면 정도부동하게 부패돼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그 온상의 한줌의 흙이 돼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환경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도 한송이 악의 꽃으로 피어날지 누가 알것인가.

  그래서 우리 함께 이런 물음을 던져보면 어떤가. 보잘것없지만, 나는 부패하지 않았는가고.

  부패란 결코 눈으로 확인되는것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눈에 안보이는 정신적인 오염과 령혼의 부식도 엄연히 하나의 부패인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우리 삶의 더욱 큰 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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