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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인연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5.22일 15:04



'인생이란 무엇일가?' '사람은 왜 살가?' 살면서 무지 힘들고 지칠 때면 이따금씩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사람은 태여나는 순간부터 만남으로 시작하여 헤아릴수 없이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사는것이 그 어떤 만남을 위해서가 아닐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44년전의 초가을, 어느 시골 농군의 초가집에서 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뜨린다. 시골 부모님을 만난 덕분에 나의 기억의 보물상자에는 동년의 알록달록한 예쁜 추억으로 가득차 있다. 봄날이면 진달래꽃 꺾으러, 나물캐러 산으로 들로 나가고 여름이면 개울에서 실컷 미역을 감고 가재를 잡아다가 장작불에 구워먹고 가을이면 감자이삭 줏고 빨갛게 익은 꽈리를 따다가 '꽈르륵꽈르륵' 불어대고 겨울이면 발구에 '툴란자'를 싣고 소똥 거름 줏던…헤아릴수 없이 많은, 천금주고도 살수없는 자연과 맺은 그 행복한 추억들 평생 지워지지 않을것이다.

  가난한 집 아이가 먼저 철이든다고 가난한 부모님의 셋째로 태여났기에 어린 나이에 꼭 공부를 잘해서 가난한 시골을 떠나려는 당찬 꿈을 갖게 되였다. 뿐만아니라 가난이 나에게 자비심과 자존심의 의미를 가르쳤다. 언니와 오빠, 녀동생의 만남으로 시집, 장가가는 날까지 한구들에서 뒹굴면서 자라왔기에 형제는 수족같은 존재임을 잘 안다. 가장 자랑스러운것은 내 뿌리가 시골에 있기에 내 몸이 시골을 떠난지 오래지만 그래도 내 몸에서 아직도 싱그러운 흑냄새가 풍긴다는 사실이리라.

  중학교에 입학한후 담임-최승화선생님과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서 획기적인것이였다. 한족소학교를 다니다가 한달 늦게 중학교에 입학했더니 학급애들은 일어교과서를 줄줄 읽는데 나만은 일어맹이였다. 다행히 최선생님이 개별보도를 해준바람에 첫시험에서 73점을 맞았다. 최선생님이그때 전반 애들앞에서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 숙소에 불이 나서 내 솜옷이 다 타버렸을 때 최선생님은 학급애들을 동원하여 나에게 새 솜옷을 지어주셨다. 하늘색 바탕에 작고 흰 동근 무늬의 그 솜옷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간직되여있다.

  최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이 정말 너무 고맙다. 초중 졸업때 하나밖에 없는 사범학교 시험자격을 가난해서 더 공부할수 없다는 나에게 주셨다. 내가 소학교 교원으로 보람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것도 최승화선생님과의 좋은 인연때문이 아닐가!

  23년간이란 긴 세월동안 학생으로 만난 나의 꼬마들은 헤아릴수 없이 많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의 꼬마들과의 만남이 가장 행복한 만남이다. 나와 수필의 인연도 이 꼬마들이 맺어준것이다. 티없이 깨끗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에 목이 메여 그 감동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그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싶어 시작한 글이 이젠 나와 헤여질수 없는 절친으로 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선택이 아닌 선택이였지만 직업으로 하는 일이 내가 사랑하는 일이 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4살 꽃나이에 만난 첫 남자가 내 딸애의 아빠이다. 잘 생긴 남자의 얼굴에 반해 시골 아가씨의 순진한 눈에는 콩깍지가 한번 제대로 씌였다. 9년을 함께 살면서 실망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원망하고 외로워하고… 참으로 너무나 많은 24색의 인생 체험을 했었다. 그런 체험이 있었기에 어제와 오늘의 비교속에서 오늘의 내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가를 각인하게 된다. 너무나 생동하고 의미있는 인생수업이였다.

  내 생에서 가장 잘 된 만남은 나의 딸애와의 만남이리라. 하늘과 땅이 맞붙는듯한 극치의 진통끝에 받아안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 나의 천사이다. 엄마의 분만시의 통증과 모성애는 정비례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난다. 딸애는 태여난지 26일만에 화농성뇌막염에 걸려 입원하게 되였다. 얼굴이 새까매지며 기절한 딸애때문에 억장이 무너져 병원 복도에 앉아 하염없이 우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달래주던 그 이름도 낯도 모르는 아줌마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내딸은 죽은 아기를 낳고 종양을 들어내고 영원히 엄마가 될 자격을 잃었다. 넌 아직 젊고 건강해서 얼마든지 다시 낳을수 있지 않느냐? 너무 걱정하지마, 이 아이가 정말 네 아이라면 널 떠나지 않을거야!" 천만지당한 말씀이였다. 나의 천사로 찾아온 딸이였기에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가장 위안이 필요한 그 시각에 자신의 픔을 들추며 나를 위안해주던 그 고마운 아줌마에게 정말 큰절이라도 올리고싶다.

  사랑하는 딸애와의 만남은 엄마라는 이름의 대명사는 무조건적인 희생이라는걸 알게 했고 내게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주었으며 그 희생으로 얻는 기쁨을 선물해주었다. 지독하게 아프고 힘들었던 세월, 딸애가 내 삶의 리유가 되여 버티게 했고 태양처럼 희망을 갖게 했다.

  한동네서 태여나서 즐거운 동년을 수놓은 소꿉친구A, 동창생B와 C는 축복으로 만난 친구이다. 가슴이 갑갑할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맥주 한잔 안할래? 나와!"하면 두말없이 달려와 밤을 패며 내 수다를 들어주는 친구, 기쁜 일이 생기면 나보다 더 기뻐하고 슬픈일, 힘든 일이 있을 땐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며 내 손등에 뜨거운 눈물을 떨구며 잡아주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항상 부자다.

  내 가슴속에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작은 소망이 그대로 있다. 은발을 날리는 늙은 량주가 두손은 맞잡고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는 그림은 내 마음속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날수 있을가? 그런 풍경을 만들 날이 올가? 누군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꼭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싶다.

  만남은 아름답다. 사람이 살아가는동안 만남은 계속될것이다. 그런 계속되는 만남속에서 그리워하며, 아파하며, 사랑하며, 괴로워하며, 우울해하며, 갈망할것이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만날 사람이여서 만났고 그래서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이들에게 감사하고싶어지고 축복하고싶어진다. 하늘의 뭇별처럼 무수한 아름다운 인연이 축복이 되여 하아얀 눈송이처럼 하늘을 메우며 하염없이 쏟아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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