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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스토리]기름진 전야에서 들려오는《농민의 노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5.25일 15:26
[특별기고] 우리 노래 100년 스토리(2)

석화

중국조선족은 지난 1800년대 중엽,처음 이 땅에 건너와 개척의 보습을 박은 때로부터 장장 한세기 반의 이주와 정착의 력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제와 국민당반동파를 몰아낸 해방된 땅에서 토지개혁을 하고 할아버지,아버지대로부터 피땀으로 일구어온 밭머리에 처음으로 자기의 이름자 박힌 패말을 꽂던 날, 거쿨진 두 손에 기름진 흙을 한 움큼 움켜쥐고 하늘을 우러르던 그날의 감격은 무엇에도 비길수 없었다. 

그것은 이 땅을 일궈온 력사가 그만큼 힘들었고 또한 이 땅을 가꿔온 세월에 그만큼 따뜻한 정이 깃들어있기때문이다.오늘 우리는 그 절절하고 뜨거운 사연을 《도문지방의 초기개척》이란 제목으로 가족의 이주사를 적은 강근모선생의 글에서 그 일각을 엿볼수있다.

《…전하는데 의하면 그때 남양(도문대안의 조선지명)에는 인총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좁고 여윈 남양땅에서 그처럼 많은 인구가 살아나가기는 실로 어려웠다. 이 고장 사람들은 월강하여 먼저 산허리 수림속에 뙈기밭을 일구어 씨를 뿌렸다. 첫해에는 이랑도 짓지 않고 대수 파종하고는 큰풀 김이나 맸다. 이듬해부터 콩이나 강냉이,기장 등을 심었다. 겨울에는 땅땅 언 작은 요디(나무그루)를 도끼등으로 쳐내고 봄이 되면 큰 나무뿌리를 뽑았다. 첫해에 림시 거처할 초막이나 짓고 이듬해부터는 온돌을 놓은 집에서 가마며 식기, 수저와 장간새따위 생활용품을 갖추어 놓고 제법 살림을 했다.

…차츰 아낙네들이 두만강을 건너와 농막집 주부로 되면서 닭,개 등 집짐승도 치게 되었다. 이리하여 제법 가정살림이 꾸려지여 정착이 된 셈이다. 몇해후에는 마을도 이뤄지게 되였다.명절날이나 이웃에 경사가 있으면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물 담은 대야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장단을 치며 격양가(擊壤歌)를 부르고 노래가락에 맞추어 춤을 덩실덩실 추며 즐겼다.

…회막골과 박달봉은 명칭 그대로 석회암이 있고 박달나무가 선 골짜기였다. 삿갓봉은 마을부근에 삿갓모양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가득하였기때문에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린것이다.구시동은 삿갓봉에서 모두미로 넘어가는 구릉지대를 일컫는다.이곳이 작은 골짜기들이 소구시(소구유)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불렸다.모두미는 네 갈래 강물(부르하통하,가야하,봉오골물, 개사냥골물)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두만강을 건너온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두 손으로 개척한 땅의 산봉우리와 골짜기마다에 자기식으로 정다운 조선이름을 지어 부르며 차츰 삶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그러나 오붓한 살림을 갈망하던 개척민들에게 어느날 《다부산자》를 입은 중국인지주가 난데없이 나타나서 이곳은 내 땅이다》라고 큰소리치면 개척민들은 그날로 피땀으로 개간해낸 논과 밭을 모두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조선으로 다시 쫓겨가야하기 때문이였다.이렇게 북국의 휘몰아치는 칼바람과도 같은 험난한 세월을 견디다가 해방을 맞아 토지를 분여받고 이 땅의 당당한 주인이 되였으니 어찌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으며 논과 밭을 가꾸는 일손에 성수가 나지 않을수 있겠는가?! 해방초기에 창작되여 널리 불린 천청송 작사, 류광준 작곡《농민의 노래》에는 바로 당시 이러한 조선족민중들의 기쁨과 흥겨움이 잘 표현되여 저절로 어깨춤이 들썩이게 하는 즐겁고 환희로운 가락이 담겨 있다.

마반산 높은 봉에 아침해 솟고

뒤동산 깊은 숲에 뻐꾸기 운다.

동무야 쟁기 메고 밭갈이 가세

에헤야 어서들 밭갈이 가세

해란강 깊은 물은 흘러 넘치고

뜨거운 여름 볕에 벼이삭 패네

동무야 삿갓 쓰고 김매러 가세

에헤야 다 함께 김매러 가세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시인 천청송은 1917년 현재의 룡정시 공농촌에서 태여나 1937년 룡정 광명중학교를 졸업하였는데 이 학교 재학시 《북향》의 편집원으로 있었다.이 간행물은 1932년에 룡정에서 무어진 조선문학인동인단체《북향회》의 기관지이다.《북향회》는 광명중학교 교원 리주복 등이 당시 간도땅이 조선이주민의 제2의 고향으로 된 상황에서 이곳에 문학을 이룩하자는 취지로 룡정지역에서 활동하던 조선문인들인 안수길, 강경애,박계주,박화성,모윤숙 등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던 시인, 작가들이 참여한 문학단체이다.1935년에 《북향》제1호를 간행하고 1936년에 2―4호를 내였다. 천청송은 《북향》에 《꿈 아닌 꿈》, 《실제》 등 시작품을 발표하고 또 《만선일보》와 1942년 김조규가 연길에서 발행한 《재만조선인시집》과 같은 해 박팔양이 장춘에서 발간한 《만주시인집》 등 시집에도 《드메》《서당》《주막》《설야》《강동》《묘지》 등 상당한 수량의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천청송의 시작품에는 이주민 1세대들의 삶의 모습과 희노애락이 진실하게 담겨있으며 함경도사투리에 기초한 간도농민들의 언어가 잘 구사되여있고 이 고장 세태풍속이 잘 표현되여있었다. 이처럼 삶의 현장에 대한 시적감각이 뛰어나고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당시에도 예술적으로도 훌륭하게《모더니티를 통한 상실감을 표백》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청송은 한동안 안도 명월구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940년대 초 길림시협화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였으며 1945년도에는 《불꽃》잡지의 편집원으로 일하며 연변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조선으로 나갔다.

작곡가 류광준(1909―1985)은 조선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하였다.1933년에 그는 일본 도쿄국립고등음악원을 중퇴하고 중국 길림성 화전현으로 이주하여 사방전자초등학교, 동명초등학교 교원으로 지내가다 1945년 말에 조선의용군 제7지대 선전대에 음악교원으로 영입되였으며 1947년까지 줄곧 음악교원으로 활약하였다. 그는 가무극 《무산대중의 봄》, 가극 《인민은 무장하자》등 일련의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그가 작곡한 노래《무산대중의 봄이 왔네》와 이 작품《농민의 노래》는 해방초기 중국조선족민중들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기쁨과 환희 그리고 앙양된 정서를 잘 담아내여 중국조선족음악사에 대표적인 성악곡으로 남게 되였다.

작곡가 류광준은 1947년 조선에 간후 선후로 조선보안간부훈련대대 문화부 음악지도원,조선인민군협주단 합창지도원,《조선음악》잡지 편집원, 조선음악출판사 부장,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음악편집부장을 지냈고 40여수의 대중가요와 아동가요를 창작하였다.1954년에는 중국방문조선예술단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농민의 노래》의 창작자들인 시인 천청송,작곡가 류광준은 이렇게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바친 이 땅에 훌륭한 노래 한수 남김으로써 이 땅의 력사와 함께 길이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였다.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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